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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거장 홍상수 감독에게 배워볼까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0-11-22

건국대학교 영화과

입시가이드: 정시전형 건국대 영화과는 정시 ‘다’군에 위치한다. 연출·제작 전공은 학생부 30%, 수능 70%로, 연기 전공은 학생부 20%, 수능 30%, 실기고사 50%로 선발한다. 정시에서 총 6명을 선발할 예정이다(자세한 사항은 학교 홈페이지 http://www.konkuk.ac.kr/ 참조).

“넌 마초 같은 캐릭터로 연기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아. 세게 한번 해보자.” 11월11일 오후 3시,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의 한 연기연습실. 영화과의 조성덕 교수는 학생들이 연기하기 전에 그들의 실제 모습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지정해준다. 교수의 가이드가 끝나자마자 두 학생은 ‘오스틴’과 ‘리’가 되어 연극 <트루 웨스트>의 한 장면을 재현해 보인다. 말이 수업이지 두 사람이 내뿜는 에너지는 실제 연극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트루 웨스트>는 샘 셰퍼드의 가정비극 3부작 가운데 하나로 해체된 가족의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산업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두 형제의 고독과 외로움을 그린다. 현재 대학로에서 유연수가 연출하고, 오만석, 조정석, 홍경인 등이 출연해 공연 중이다. <트루 웨스트>의 한 대목이 끝나자 조성덕 교수는 잘한 점과 잘 못한 점을 즉석에서 평가한다. “중간부터는 좋았어. 집중도 잘했고, 마초 같은 캐릭터가 잘 표현됐어. 그런데 초반 부분은 내지르기만 할 뿐 임팩트가 없어. 그럴 때는 대사마다 방점을 정확하게 찍어줘야 해. 그게 네 캐릭터에서 나올 수 있는 모습이야. 다시 한번 해보자.” 교수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학생은 다시 해보인다. 확실히 첫 번째 할 때보다 대사에 힘을 주는 모습이 역력하다. 건국대 영화과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장면연기실습’ 수업의 한 풍경이다.

인물이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에 들어가는, 스타니슬라프스키 연기론에 입각한 다른 연극영화과와 달리 건국대 영화과는 철저하게 메소드 연기를 추구한다. 메소드 연기는 배우가 스스로 캐릭터가 되는 동시에 자신의 연기 상태를 냉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연기방법을 말한다. 말론 브랜도나 제임스 딘, 알 파치노 등 할리우드의 수많은 배우들이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영화 연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조성덕 교수는 “영화과이다 보니 다소 과장된 대사와 행동을 하는 연극 연기보다 스크린에 어울리는 사실주의 연기를 바탕으로 가르친다”면서 “무리하게 학생들을 캐릭터에 동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실제 성격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재해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연극보다는 영화 연기 중심

영화 속의 연기를 분석하고 따라해보는 수업도 있다. 3학년 2학기 과정인 ‘스크린연기’이다. 학생들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보고 주요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해본다. 극중 인물들이 칼을 쥐는 방식이나 액션할 때 몸을 움직이는 순서 등 배우의 연기가 영화에서 어떤 목적으로 기능하는지를 몸으로 익히면서 알기 위함이다. 이 밖에도 ‘메소드연기’, ‘캐릭터연구’등 연기 전공 수업은 ‘영화 연기’가 중심인 건국대 영화과의 교육 철학을 대변한다. 물론 건국대 영화과가 연극 연기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조 교수는 “올해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비롯해 총 4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고 말한다.

연출 전공은 철저하게 “실기 위주”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기형 교수는 매 학기 단편 작품을 한편씩 만들어야 다음 학기로 넘어갈 수 있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졸업한 뒤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현장 경험을 쌓게 하려고 한다. 수업도 실기 중심으로 짰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촬영부와 연출부, 제작부 등 현장 스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레드원 카메라를 비롯해 대형 스튜디오와 연기연습실, 편집실, 녹음실 등 최신식 장비들을 워크숍은 물론이고 개인작업 등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또,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진학한 선배들이 학교를 찾아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기술, 노하우 등을 가르치기도 한다. 학생들은 3학년 동안 배운 것들을 4학년 졸업영화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건국대 영화과 학생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홍상수 감독이 교수라는 점이다. 주로 3, 4학년 수업을 맡고 있는 홍상수 감독은 “학생들에게 인기짱인 선생님”이다. 송기형 교수의 말에 따르면 홍상수 감독은 4학년 졸업영화 수업을 맡고 있는데, 학생들을 맨투맨으로 가르치기로 유명하다. 촬영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학교에서 지내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세계적인 거장으로부터 영화를 배운다는 것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충칭대, 칭다오대 등 해외 교류 활발

역사가 짧은 만큼 건국대 영화과는 앞으로 더 나아가려는 욕심이 많다. 올해 첫 신설되는 대학원 과정도 그중 하나다. 건국대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일반대학원에 영화영상과라는 이름으로 신설되는 대학원 과정은 영화는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영상 전반에 걸친 이론적이고 실무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과정”으로 “일단 석사 과정만 실시한다. 단계적으로 박사 과정도 천천히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대학, 특히 중국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국대 영화과는 지난해와 올해 두번에 걸쳐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대학과 교류를 맺었다. 송기형 교수는 “지난해 건국대 학생들이 충칭대 학생들과 함께 중국에서 2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올해도 2편을 만들었다. 내년 2월에는 칭다오대에 가서 함께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0년 9월 취임한 김진규 총장이 내세운 ‘i-SMART 건국 2020’ 비전과 어울리는 프로젝트다. ‘i-SMART 건국2020’ 비전은 건학 9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혁신적인 대학 교육을 통해 스마트한 건국대학교를 만들겠다는 중장기 발전 비전이다. 학교쪽이 내세운 5대 중점과제 중 하나가 바로 해외 대학과의 교류 증진이다. 이 밖에도 건국대는 산학협력과 공동연구를 원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1천억원 규모의 외부 연구비를 수주했고, 핀란드의 VTT 국립기술연구센터와 함께 IT분야 신기술 개발을 위한 ‘건국대-VTT 공동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세계적인 연구소를 대거 유치했다. 또,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30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첨단 기숙사 ‘쿨 하우스’를 설립했다.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쪽의 강한 노력과 의지는 건국대 영화과의 미래를 밝게 한다.

“카메라에 비친 표정 연기 중점 체크”

건국대학교 영화과 송기형 교수

-건국대 영화과 커리큘럼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론 강의는 거의 없고, 철저하게 실기 위주의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워크숍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 연출 전공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한 학기에 단편 한 작품씩 만들어야 한다. 연기 전공 학생들 역시 주·조연으로 출연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학기로 넘어갈 수 있다. 4학년들은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졸업영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든 영화들을 매년 영화제를 열어 상영한다. 우수 작품에는 상도 수여한다.

-정시모집이 남았다. 연기 전공 실기고사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사실 3~4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몇 천명의 학생들을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가장 신경 써서 보는 부분은 학생들의 발전 가능성이다. 당장 여기 들어와서 뭘 보여주는 학생보다 4년 동안 커리큘럼을 성실하게 소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학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연기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달리 연기는 심사위원의 얼굴을 쳐다보고 하는 것이다. 심사 과정에서 실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가 있다. 그런 학생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

-실기시험은 어떤 방식으로 치르나. =지정연기와 자유연기, 두 가지를 본다. 다른 연극영화과와 달리 스크린 연기를 중요시한다. 고사 당일 카메라로 시험의 전 과정을 촬영하는 것도 그래서다. 화면발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연기의 여러 부분 중 표정 연기를 가장 중점적으로 체크한다. 그리고 심사위원은 내부인 2명, 외부인 3명으로 구성되어 채점한다.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다. 물론 심사위원 수는 앞으로 변동 가능성이 있다.

-입시생을 비롯해 고등학생들이 건국대 영화과에 오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연기 전공이든 연출 전공이든 제일 부탁하고 싶은 건 영화와 책을 많이 보기 바란다. 영화를 하겠다는 사람이 영화에 대해 모르면 말이 안되잖나. 그리고 단순히 무식하게 많이 보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어떤 점이 좋고, 나쁘고를 계속 생각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앞으로 영화작업을 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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