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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부당거래>, 정말 호방하네
문석 2010-10-25

류승완 감독은 ‘충무로의 신동’으로 불리며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보며 많은 사람이 예견한 것과 달리 그의 경력은 그리 잘 풀리진 않았다. 대단한 흥행작도 없었고 미학적으로 온전한 성취를 이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영화도 없었다. 그의 영화는 에너지가 끓어넘쳤지만 어딘가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었고, 선연한 캐릭터들이 두드러졌지만 이야기 안으로 매끄럽게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영화 안에서 무언가 뜻을 세우면 끝까지 밀어붙였지만 그 ‘과잉’을 담아낼 그릇은 미완성인 채였다.

최근 시사회를 통해 공개한 <부당거래>는 비로소 류승완 영화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했던 류승완표 액션은 눈을 비비고 찾아야 겨우 보이는 대신 그 자리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촘촘한 플롯과 숨막히는 긴장감, 생생한 캐릭터가 들어차 있다. ‘한국형 누아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또 ‘부당거래’로 얽히고설킨 스폰서-검찰-경찰-언론의 커넥션에 대한 문제제기는 강렬하기 그지없다. 주성철 기자가 말했듯, 그야말로 한국사회에 대한 ‘직격탄’이라 할 만하다. 류승완 감독의 골수팬이라면 외려 부정적일지는 몰라도 <부당거래>는 파워풀한 에너지, 뚜렷한 캐릭터, 끝까지 밀어붙이기, 독창적인 코미디까지 류승완 감독의 장점을 오롯이 담았으면서도 정연한 영화적 논법을 통해 이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그의 최고작으로 꼽을 만하다. 인터뷰에서 그는 그동안 자신의 취향을 따라 영화를 해왔지만 이번에는 객관적 필요를 따랐다고 했는데, 그의 취향이 그닥 대중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감독님, 죄송… 꾸벅) 그에게나 영화계 전체에나 좋은 일 아닌가 싶다.

그런데 모두가 이 영화를 즐겁게 보지는 않은 모양이다.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기자들이 불쾌한 눈치였다는 얘기가 들리니 말이다. <부당거래>에는 검사와 결탁한 일간지 기자가 등장한다. 그는 검사에게 향응과 뇌물(그것도 한정판 명품시계!)을 받고 이에 상응하는 기사를 쓴다. 일간지에 잠시 몸담았던 경험을 되살려 생각해보면 지금 시대에 그런 수준의 뇌물을 받을 기자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고 보면 <심야의 FM>에도 비윤리적인 방송 기자가 등장한다. 최근 한국영화에 빈번히 등장하는 이런 장면들은 <다이하드>의 밉상 방송 기자처럼 영화적 클리셰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정도 한국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언론이 사회를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데 어찌 <대통령의 음모>나 <페이퍼>를 기대하겠는가.

아, <부당거래>에 호의적인 게 류승완 감독과 모종의 ‘부당거래’ 때문 아니냐고? 난 한정판 명품시계에도 혹하지 않는 기자라니깐. 요즘 휴대폰, 시계 잘 맞는데 말야. 맥북 에어라면 또 모를까….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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