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탑 위의 라푼젤 세상 밖으로
<라푼젤> Tangled 감독 네이선 그레노, 바이론 하워드/목소리 출연 맨디 무어, 재커리 레비/개봉 2011년 1월
그림형제의 고전동화 <라푼젤>이 어둡고 슬픈 정조를 띠었다면 월트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라푼젤>은 밝고 경쾌하다. 탑 안에 갇혀 살며, 창문 밖으로 겨우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기만 했던 동화 속 라푼젤은 영화를 통해 여전사의 기상을 지닌 라푼젤로 거듭난다.
악명 높은 도둑 플린 라이더는 감옥을 탈출해 몸을 숨길 곳을 찾아 외딴곳의 탑에 오르는데, 그곳이 하필 라푼젤이 살고 있는 탑이다. 라푼젤은 자신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외간남자를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금발의 긴 머리카락으로 꽁꽁 묶어 혼쭐을 낸다. 그러나 라푼젤은 플린에 의해 좁은 탑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향한다. 그곳엔 험상궂은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닌가. 오해 끝엔 이해가 따르고, 고생 끝엔 낙이 오고, 결국엔 사랑이 싹튼다는 걸 <라푼젤>은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라푼젤의 목소리는 <워크 투 리멤버>로 유명한 맨디 무어가 맡았다. 맨디 무어는 라푼젤이 되어 목소리 연기를 하는 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는데, 예쁘고 용감한 라푼젤과 맨디 무어는 환상적인 매치를 이룬다. 플린 라이더 목소리는 미국 드라마 <척>으로 일약 스타가 된 재커리 레비가 맡았고 도나 머피, 재프리 템버 등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라푼젤> 역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하나의 흐름이 된 3D로 제작됐다. 글 이주현
11. 원작의 마법은 계속된다
<나니아 연대기: 새벽출정호의 항해> The Voyage of the Dawn Treader 감독 마이클 앱티드/출연 벤 반스, 스캔다 케이니스, 조지 헨리, 윌 포터, (목소리)사이먼 페그/ 개봉 12월9일
세월은 페벤시가(家) 네 남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칼과 화살을 들고 나니아 초원을 뛰어다니던 피터와 수잔은 어느새 의젓한 청년과 아가씨가 되었고, 모험의 바통은 이제 언니와 오빠 나이가 된 에드먼드와 루시에게 돌아왔다(따라서 피터와 수잔은 3편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나니아 연대기: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사촌 유스터스와 함께 낡은 배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에드먼드와 루시의 모험담을 다룬다. 그림을 통해 다시 돌아간 나니아에서 캐스피언 왕자(2편의 주인공)는 왕위에 올라 있다. 그는 폭군 삼촌이 내쫓았던 일곱 충신을 되찾기 위해 ‘새벽출정호’라는 배를 만들어 페벤시가 남매와 세상의 동쪽 끝으로 떠난다.
<나니아 연대기: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C. S. 루이스가 집필한 7권의 나니아 시리즈 중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아온 작품(3권)이다. 은빛 바다를 가로지르며 나니아 이계의 신비로운 공간을 탐험하는 낭만성과 천로역정을 끝내고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감동 때문일 것이다. 영화 1, 2편을 연출한 <슈렉>의 앤드루 애덤슨 대신 메가폰을 잡은 마이크 앱티드(<007 언리미티드>, 드라마 <롬>)는 “원작의 마법을 유지하는 것”이 3편 연출의 지향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루이스가 펜으로 만들어낸 마법- 모든 것을 금으로 변하게 하는 강이나 용, 신화에 나올 법한 동물들- 이 새 감독에 의해 어떤 영상으로 구현될지가 관건이다. 글 장영엽
12.80년대 컬트영화 최첨단 3D로 컴백
<트론: 새로운 시작 Tron: Legacy 감독 조셉 코신스키 / 출연 가렛 헤들런드, 올리비아 와일드, 제프 브리지스 / 개봉 12월30일
저명한 비디오 게임 회사 사장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자취를 감춘다. 21년이 지난 뒤 케빈의 장성한 아들 샘(가렛 헤들런드)은,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21년 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전화번호로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샘은 아버지의 실종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걸 직감하고, 아버지의 사적인 공간 ‘아케이드’에 처음 발을 디딘다. 먼지투성이의 낡은 사무실 한구석에는 오래된 게임기 ‘트론’이 내팽개쳐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트론이야말로 현실과 사이버 스페이스를 연결해주는 비밀 통로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이버 스페이스에 진입한 샘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컴퓨터 속 가상 현실에서 슈퍼 컴퓨터와 죽음을 불사한 경기를 펼쳐야만 한다(1편에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던 라이트 사이클 경기와 디스크 전투가 물론 새롭게 업그레이드되어 등장한다!).
1982년은 <트론>의 해라기보다 <E.T.>의 해였다. 컴퓨터그래픽의 본격적인 활용, 버추얼 세계를 정면으로 최초로 다룬 영화 <트론>은 컴퓨터라는 기기 자체에 익숙한 대중이 많지 않은 시기에 지나치게 앞서나간 기념비적 작품이었다. 프로그래머 케빈 플린이 컴퓨터 세계로 빨려들어가, 그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와 인격을 갖춘 프로그램들이 벌이는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들게 된다는 내용이 당시에 얼마나 난해하게 받아들여졌을지 상상해보라. <트론>은 박스오피스에서 참패한 뒤 비디오시장에서 부활하여 90년대까지 컬트적인 숭배를 누렸다. 그리고 2010년 겨울, <트론>의 속편 <트론: 새로운 시작>이 최첨단 3D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채 영화팬들을 찾아온다. 여타의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에 비교하자면 <트론> 1편은 인지도가 약한 편이다. 게다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가상 세계의 전투 컨셉이 다소 따분하고 낡아 보일 수도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디즈니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트론: 새로운 시작> 제작이 결정되자마자 디즈니가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곳은 최고의 스토리텔러들이 모인 팀, 바로 픽사였다. 존 래세터와 에드 캣멀을 비롯해 <월·E>와 <토이 스토리3> <라따뚜이>에 참여한 각본가들이 차례로 이야기를 손보았다(어쩐지 안심이 되지 않는가?). 시각효과는 <타이타닉> <스타트렉> <트랜스포머> <2012>의 디지털 도메인이 맡았다고 한다. 글 김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