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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종교들 사이의 진리 <할>
이영진 2010-10-13

트렌드라고까지 할 순 없겠지만,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중 종교를 주제로 삼은 작품이 적지 않다. 지난해 <소명>에 이어 올해에도 <소명2: 모겐족의 월드컵> <위대한 침묵> <회복> <잊혀진 가방> <울지마, 톤즈> 등이 관객과 만났다. “불교의 선종에서 스승이 참선하는 사람을 인도할 때 질타하는 일종의 고함소리”, 즉 절대진리를 뜻하는 <>(喝) 또한 참된 진리, 선한 삶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종교영화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라는 점에서, <만다라>(1981),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6), <유리>(1996> 등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수행자의 구도가 그간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단지 웃음거리로 여겨졌음을 고려한다면 <>은 예외라고 할 만큼 진지한 불교영화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미카엘(안홍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가해 법복을 입은 우천(조용주)은 매번 큰스님 청송(우상전)에게 꾸짖음을 듣는다. “착각을 깨면 부처가 드러난다”는 큰스님의 계도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천. 마음속 ‘의심덩어리’를 어찌하지 못하고 끙끙대는 우천을 위해 청송은 대오각성을 위한 여행을 제안한다. 불교영화라고 <>이 처음부터 끝까지 독경만 읊는 건 아니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오직 간택하는 것만을 꺼리면 된다”는 말로 연출의도를 대신한 윤용진 감독은 유일한 진리로서의 교리 대신 서로 다른 종교들 사이의 진리를 짚어낸다. 우천과 청송의 여정은 8토막으로 나누어 제시되는데, 흥미로운 건 부처의 말로 시작해 하나님의 뜻으로 끝을 맺는 방식이다. “부처는 바로 네 눈앞에 있다”는 큰스님의 말은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는 성경 구절과 다르지 않다. 화두를 받아든 우천의 번뇌를 시각적으로 묘사한 대목들은 그 자체로 귀한 장면들이지만, 종교의 관념들을 효과적으로 풀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오랫동안 CF감독으로 활동해왔던 윤용진 감독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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