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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암이니까 좀 봐줘…
김성훈 2010-08-30

<퍼펙트 블루> <도쿄 갓파더즈>의 곤 사토시 감독, 차기작 제작 도중 세상 떠나

“죽음은…. 유감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지난 8월23일, 일본 애니메이션 <퍼펙트 블루>(1997), <도쿄 갓파더즈>(2003) 등을 연출한 곤 사토시 감독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7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나이인데다가 최근까지 신작 애니메이션 <꿈꾸는 기계>를 작업하고 있던 터라 그의 죽음은 수많은 팬과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죽기 전에 남긴 유언장에 따르면, 그는 마지막까지 가족은 물론이고 함께했던 애니메이션 동료들을 그리워했다.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만나 한마디라도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특히, 만화의 세계에서 만나 수많은 자극을 교환했던 동료들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하다.” 무엇보다 더이상 신작을 진척시키지 못한 아쉬움도 감추지 못했다. “스탭들이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다. 물론 작화, 미술감독을 비롯해 여러 스탭들과 내 생각을 공유하긴 했지만 이번 이야기는 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만들 수 없는 것투성이다. 미안하다. 그래도 암이니까 좀 봐줘.”

<해귀선> <월드 아파트먼트 호러> 등 만화가로 출발한 곤 사토시 감독은 1997년 장편애니메이션 <퍼펙트 블루>로 데뷔했다. 아이돌 가수 미마가 배우로 전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건이 벌어지는,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스릴러 애니메이션이었다. 데뷔작으로 호평받은 그는 <천년여우>(2001), <도쿄 갓파더즈>,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2003), <파프리카>(2008) 등을 차례대로 내놓았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과감하게 무너뜨리고(<퍼펙트 블루> <천년여우>), 시간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자유롭게 오가는(<도쿄 갓파더즈>) 등 독특한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력으로 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신작 <꿈꾸는 기계> 역시 ‘곤 사토시 월드’의 자장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지구에서 주인공 로봇들이 전기의 낙원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신작 스탭들은 지난 26일 <꿈꾸는 기계> 공식 블로그(http://yumemirukikai.jugem.jp/)를 통해 “감독님의 뜻을 이어받아 남은 작업을 무리없이 잘 마무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앞으로 서부극을 볼 때마다 존 포드를 유독 좋아했던 그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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