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로 시작하는 주소를 따라 차를 모니 꼬불꼬불 산길이 이어진다. 특수분장 업체 ‘the UP’의 이주환 실장은 “임대료가 따로 들어가지 않는 외딴 산속”에 자신의 특수분장 회사를 차렸다. 알고 보니 이곳은 “장인어른의 가구 창고”. 가구 창고 한쪽에 마련된 사무실에는 컴퓨터 한대와 작업 중인 시체 몇구가 다소곳하게(!) 놓여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사람 머리통과 책상에 누워 있는 발가벗은 성인 시체 더미(dummy)가 이곳이 특수분장 업체임을 일러주었다. 이주환 실장은 지난해 7월, 5∼6년간 몸담았던 특수분장 업체 ‘메이지’를 나와 올해 초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어느 정도 경력도 됐고, 내 것을 찾고 싶어서”였다. 독립 뒤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이하 <고死2>), <헤드>의 특수분장을 맡게 된 이주환 실장을 만났다.
-특수분장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릴 때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이하 <터미네이터2>)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우연히 <터미네이터2>의 메이킹 비디오를 보게 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을 실제로 만든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더라. 그러다 미대 조소과에 들어갔다. 도화지나 캔버스에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았지만 손으로 입체적인 걸 만드는 게 좋았다. 대학 졸업할 무렵엔 영화 일을 하고 싶었고, 영화미술쪽을 알아보다 메이지라는 특수분장 업체를 알게 됐다.
-그동안 어떤 영화 작업에 참여했나. =메이지에 있는 동안 <전우치> <수> <아랑> <적벽대전> 시리즈, <집결호> 등에 참여했다. <적벽대전>은 국내에서는 제작비 문제로 할 수 없었던 시도를 많이 해봐서인지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특수분장 부문이 담당하는 일은 무엇인가. =얼굴에 큰 상처가 난 것을 표현한다거나 노인 분장 같은 사람 분장이 기본인데 이런 것들은 특수분장팀이 아닌 기존 분장팀에서도 하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실제 사람과 똑같은 더미나 움직일 수 있는 신체의 일부분을 표현하는 작업이 주가 된다. 잘린 팔이라고 해서 잘린 팔만 나오는 게 아니라, 살짝 손끝에 움직임을 주어 움직이는 팔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은 현장 상황에 따라서 굳이 특수분장을 하지 않고 CG를 쓰는 경우도 있다. 특수분장이 분장과 CG의 사이의 모호한 위치에 놓여 있긴 하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사람 시체 한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 =먼저 캐스팅 작업을 한다. 실제 배우의 본을 뜨는 거다. 웃는 표정이라고 하면 배우가 웃고 있어야 한다. 그 상태에서 실리콘을 바르고, 굳으면 벗겨낸다. 그런 다음 석고로 딱딱하게 원형을 뽑고, 실제 사람의 느낌을 주기 위해 원형을 다듬는다. 그리고 그것으로 몰드 작업을 한다. 배우를 캐스팅했듯이 석고 원형을 다시 실리콘으로 뜨는 거다. 그렇게 최종 원형을 뽑는다. 원형이 나온 다음에는 채색을 하고, 머리를 심거나 상처를 묘사하는 등 디테일한 작업을 한다.
-특수분장에 관심있는 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전문대학에 특수분장학과도 생겼고 학원도 있다. 업체의 문을 두드려 현장을 경험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을 고를지는 각자의 선택에 맡겨야 할 것 같다. 나는 미술교육만 받고 바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경우인데, 미술 전공 포트폴리오가 있어서 특수분장 일에 접근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특수분장 일을 하는 데 요구되는 자질이 있다면. =손재주와 눈썰미가 아닐까. 특수분장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이다 보니 손재주가 필요하고, 자기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작업으로 옮겨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눈썰미가 필요하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고死2>는 학원물이라 표현의 한계가 많았는데, 표현하고 싶은 만큼 전부 표현할 수 있는 <쏘우> 같은 하드코어 공포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다. 또 감이 떨어지지 않는 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외국의 특수분장하는 사람들처럼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이 일을 하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