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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월드 프리미어 따윈 집어치우라구!

부천에서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흥미로운 신작 <고백>을 만나다

<고백>

올 칸영화제의 마켓 화제작이자 일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고백>을 부천에서 볼 수 있어 기뻤다.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같은 기발한 영화를 만든 50살의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은 동시대 가장 흥미로운 감독 중 한명임에 틀림없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본 <고백>은 올해 내가 본 최고의 영화 열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일본 가정주부인 미나토 가나에의 베스트셀러 데뷔 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담임선생의 네살 난 딸을 죽인 두명의 십대에 대한 이야기로,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룬 사이코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있는 장르의 일반적인 한계를 넘어 밀어붙인다. 영화는 비도덕적이고 구제 불가능한 세상으로부터 관객이 숨을 여지를 전혀 남겨놓지 않는다. 100%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같은 기발한 영화를 만든 50살의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은 동시대 가장 흥미로운 감독 중 한명이다.

<고백>은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받지 않았다. 칸영화제는 현재 아시아영화의 다양함과 혁신성을 보여주기보다 타이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말레이시아의 우밍진, 또 중국의 지아장커 같은 자아 도취적이고 주변적 감독들을 홍보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그러나 <고백>은 이같은 비평적 사명감에 좌우되지 않는 칸영화제 마켓에서 상영되었고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는 그렇다면 다른 ‘유명’ 영화제에 초대될 것인가? 슬프지만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 영화는 로카르노영화제에 초대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프랑스인 위원장인 올리비에 페르와 싱가포르 출신의 아시아 프로그래머 필립 치아가 주도하는 로카르노영화제는 동아시아영화를 거의 무시해왔다. 이 영화는 베니스나 토론토영화제에도 초대되지 않을 것이다. 두 영화제는 유럽과 북미에서 동아시아영화를 소개하는 주요 영화제이지만, 월드 프리미어 영화만 상영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토론토의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를 추천했지만 영화제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영화는 북미 가장 큰 행사에서 비평가나 관객에게 보여질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영화제가 월드 프리미어 아니면 국제 프리미어를 고집하면서 손해를 보는 건 관객이다. 영화제가 프리미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걸 자랑거리로 여기기 때문이다. 스폰서들 역시 (스타들이 참석할 경우) 더 유명세를 탈 거라 생각해서 프리머어를 좋아한다. 기자들은 프리미어 영화 숫자에 대해 쓸 수 있기 때문에 프리미어를 좋아한다. 그러나 관객에겐 그 영화가 월드, 국제 혹은 아시아, 유럽 프리미어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관객은 세계 영화 중 가장 좋은 영화들을 보길 원할 뿐이다.

단지 프리미어 상영이기 때문에 영화제에 초대되는 이류 영화들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월드, 또는 국제 프리미어를 요구하지만 최고의 영화들을 유치할 여력이 없는 영화제들은 자신들의 평판을 갉아먹고 경쟁작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수준 낮은 영화들로 채워지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제들은, 다른 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됐다는 이유만으로 더 중요하고 좋은 영화들을 무시한 채 프리미어 상영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른바 말하는 유명 영화제들만이 아니라 소규모의 전문화된 영화제들- 우디네영화제 같은- 도 이 ‘프리미어균’에 전염되어 유럽의 다른 아시아영화 전문 영화제가 이미 상영했다는 이유로 관객들의 흥미로운 영화를 볼 기회를 뺏고 있다.

<고백>은 지난 6월5일 일본에서 개봉해 큰 성공을 거뒀고, 일본 게스트들과 일본영화에 지나칠 정도로 집중한 올해의 부천영화제는 이 영화도 포함시켰다. 영화는 7월1일 뉴욕아시안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이번이 월드, 또는 국제 프리미어도 아니었지만 누가 상관하겠는가? 나는 이 영화를 부천에서 볼 수 있어 기뻤고 그날 저녁 부천시청에서 이 영화를 본 다른 관객 역시 모두 그렇게 느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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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