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끼>가 강우석의 전작과 다르다고 할 때, 그건 예상치 못한 원작과의 만남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배우들의 면면일 것이다. 박해일이 한국영화가 그려온 일반적인 남성성과는 거리가 먼 남자들을 연기해왔다면(특히 강우석의 남자들과는 거리가 더 먼 남자들이다), 유준상은 TV드라마와 뮤지컬, 홍상수 감독의 영화까지 다채로운 선택을 했던 배우다. 비교적 강우석과 자주 조우했던 정재영은 언제나 명확함을 기치로 내건 그의 영화를 좀더 미묘하게 만드는 지점에서 연기했다. <이끼>에 한데 모인 이들의 힘줄과 핏줄은 원작뿐만 아니라 강우석의 영화와도 다른 색깔의 결을 새겨놓는다. 의외의 만남에서 얻은 그들의 생각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