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3번째를 맞은 상하이국제영화제가 지난 6월12일부터 8일간 열렸다. 중국 내 여느 영화 관련 행사보다 중국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끈 행사는 중국영화 투자 포럼(CFPC)이었다.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이나 홍콩아시아필름파이낸싱포럼어워드(HAF)와 유사한 성격의 이 행사는 지난 몇년간 재능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해내려는 중국영화계의 노력의 일환으로 3년 전 시작됐다. ‘China Film Pitch and Catch’라는 행사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젊고 재능있는 신인 감독들에게 시나리오 공모를 받아 1차로 작품을 선별하고, 2차 심사부터는 신청자의 작품에 대한 피치와 워크숍이 함께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이 최우수 작품을 선정한다.
올해는 홍콩, 대만, 마카오를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역대 최고인 219개 프로젝트가 참가해 이중 최종적으로 9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지난해 영화제에서 코미디영화 <슈퍼마켓 습격사건>으로 주목받았던 양칭 감독의 신작 <8번 국도>, <크레이지 스톤>과 <크레이지 레이서>의 시나리오작가인 주지용 감독의 <대어 낚시>, <커커시리>와 장위안 감독의 <다다>에 참여했던 리샤오펑 감독의 <추격> 등이 선정되어 경합을 벌였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참가자가 대부분 이미 중국 내 유명 영화배우, 제작자 혹은 감독을 통해 발굴된 인재라는 점이다. 참가작 중 <금단풍운>의 한커이 감독은 배우 성룡이 진행하는 신인 감독 양성 프로젝트에 뽑혀 2007년 <비행일기>라는 작품을 만든 적이 있으며, <낯선>의 추엔린 감독 역시 지아장커 감독이 진행하는 신인 양성 프로그램의 세 번째 작품으로 데뷔한 경우다.
결국 6월16일 발표된 올해의 최우수 작품에는 추엔린 감독의 <낯선>이 선정되었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안정되고 평온한 생활을 하던 시골 작은 마을의 한 부부가 오랫동안 소통 부재로 지내면서 점점 가장 익숙한 낯선 사람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감독이자 시나리오를 쓴 추엔린 감독은 중·단편 소설가로 활동하다가 2년 전부터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집필해왔다. 이미 지아장커가 제작비 절반을 투자해 올가을부터 크랭크인에 들어갈 이 작품은 이번 수상을 통해 필름 및 일부 후반작업을 지원받게 될 예정이다.
흥행 요소가 적은 작품인데 뽑혀서 놀랐다
최우수작 주인공 <낯선>의 추엔린 감독
-수상 소감을 말해달라. =솔직히 많이 놀랐다. 최근 중국영화계가 흥행을 중시하는 추세라 이번 포럼에서도 상업적인 작품이 선정될 거라고 생각했다. <낯선>은 사실 흥행 요소가 많지 않은 작품이다. 그래서 많이 놀라고 더 감격했다.
-작가 출신인데, 문자에서 영상으로 전환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영화와 소설은 동질의 것이자 상호 보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 사이에 한계는 절대로 없다. 영화를 찍지만, 소설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낯선>의 소설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지아장커 감독의 신인 양성 프로그램의 세 번째 작품으로 뽑혔는데, 지아장커는 어떻게 알게 됐나. =지난해 10월 프로그램의 두 번째 작품인 한지에 감독의 <Hello, 슈선생>의 크랭크인 행사에 갔다가 지아장커 감독을 알게 됐다. 내가 먼저 <낯선>의 시놉시스를 그에게 보냈고, 일주일 만에 연락이 오면서 진행하게 됐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 =초고가 나온 상태라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촬영지로는 고향인 충칭 근처의 한 마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산은 700만위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 =이 영화는 한 부부에 관한 이야기지만, 여성의 시각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기획자, 프로듀서 모두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