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눈부터 즐거운 선남선녀의 풋풋한 로맨스 <청설>
주성철 2010-06-16

국내 젊은 관객 사이에서 ‘스폰지 영화’라는 표현은 하나의 장르처럼 여겨진다. 이누도 잇신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시작으로 역시 같은 감독의 <황색 눈물>(2007), <구구는 고양이다>(2008) 등 주로 일본영화의 리스트가 그러했다. 영화 속 트릭이나 폭력과는 거리가 먼, 밝고 팬시한 일상적인 청춘의 감성을 그린 영화들이랄까.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이나 <청설> 같은 대만영화도 그와 멀지 않다. 여성감독 청펀펀의 <청설> 역시 일단 눈부터 즐거운 선남선녀의 풋풋한 로맨스다. 하지만 데뷔작 <잠자는 청춘>(2007)과 마찬가지로 어딘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존재하는 미스터리한 영화이기도 하다.

부모의 식당 일을 돕고 있는 티엔커(펑위옌)는 청각장애인 수영 경기장으로 배달을 갔다가 언니 샤오펑(천옌시)을 응원하는 양양(천이한)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어렵게 데이트 신청을 해보지만, 양양은 언니가 장애인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느라 늘 바쁘다. 하지만 그럴수록 티엔커는 계속 그 주위를 맴돌고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재 사고로 인해 샤오펑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되고 양양은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면서 티엔커를 멀리하게 된다.

낙천적이고 어두운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티엔커 역의 펑위옌과 큰 눈이 매력적인 양양 역의 천이한, 순정만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두 사람의 존재야말로 <청설>이 보여주는 매력의 전부나 다름없다. 양양이 옷 갈아입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쌍코피를 터트리고야 마는 티엔커의 모습 등 순전히 젊고 예쁜 배우들만으로 리프레시해지는 영화를 보는 건 유쾌한 경험이다. 영화 전체 대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화를 능숙하게 익힌 노력도 대단하다. 수영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언뜻 아다치 미쓰루의 만화 <러프>를 떠올리게도 하고 서로를 한없이 아끼는 자매, 즉 소녀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왕가위가 제작한 쳉샤오체의 <먀오 먀오>(2008)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