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메이저 영화사인 도호는 지난 2월6일부터 내년 1월21일까지 ‘오전 10시의 영화제’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의 걸작 50편을 선정하여 일본 전국의 19개 도호 시네마 극장에서 매일 오전 10시에 상영한다. 입장료도 파격적으로 낮춰서 성인 1천엔, 청소년 500엔이다.
이 행사는 <로마의 휴일> <태양은 가득히> <대부>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걸작의 새 프린트를 만들어 1년여에 걸쳐 상영한다. 작품 50편은 일반 관객의 투표로 후보를 정한 뒤, 프린트 수급이 가능한 작품을 골라 선정했다. 때문에 관객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일본 작품이 배제된 점, 가급적 많이 알려진 작품 중심의 라인업 등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으나, 도호의 입장은 확고하다. 점점 영화관과 멀어져가는 관객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다 아는 명작을 상영해야 하며,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중·장년 관객뿐만 아니라 젊은 관객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시네마테크나 필름아카이브가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 개최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좌석점유율도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평일에는 중·장년 관객이, 주말과 휴일에는 젊은 관객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도호의 이러한 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예술영화나 비할리우드, 일본영화 관객층이 점차 엷어지면서 영화문화가 점차 단편화되고 있다. 주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의 경우, 영화관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일본의 관객 수가 안정적이었던 것은 중·장년 관객 수의 증가에 있었다. 한국 관객층에서는 아직 일본만큼 눈에 띄게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제를 찾는 관객에게서 이미 그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완만하지만 중·장년 관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
도호의 시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잠재관객층을 넓게 본다는 것이다. 시네마테크나 아카이브에서도 고전영화를 상영하지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마니아 중심의 관객층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에 일반 관객층의 유입효과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반면, 도호의 ‘오전 10시의 영화제’는 일반 중·장년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고, 더불어 젊은 관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바타>를 영화로서가 아니라 게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청소년층이 있다는 일각의 분석을 감안하면(일본에서는 <아바타> 때문에 영화관에 처음 가본 청소년 관객도 있다고 한다), 미래의 영화관객에 대한 연구도 이제 필요할 때가 된 것 같다. 우리나라 영화관객 수는 지난해에 1억5679만명으로 지난 1998년(5018만명)에 비해 무려 세배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영화관객은 점차 줄고 있고, 선호하는 영화의 경계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여러 영화제에서 다양한 장르와 국적의 영화들이 인기를 끌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영화제가 ‘게토화’되거나, ‘갈라파고스 섬’처럼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때문에 비주류 영화나 예술영화관객의 일반화가 필요한데, 도호의 ‘오전 10시의 영화제’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