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얼핏 떠오르는 영화는 바로 지난해 의외의 흥행작이었던 <블랙>이다. <블랙>의 아미타브 밧찬이 인도의 국민배우라면 <윌로우 트리>의 파비스 파라스투이 역시 이란의 국민배우로 칭송받는 배우다. <윌로우 트리>는 맹인이었던 그의 시선으로 인간의 행복을 되묻는 영화다. 이란의 시각장애인 대학교수 유세프(파비스 파라스투이)는 눈에 퍼진 악성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가게 되는데, 기적처럼 시력을 잃은 지 40여년 만에 눈을 뜨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기뻐해야 되건만 그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 찾아온다. 젊고 아름다운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윌로우 트리>의 질문은 간단하다. 수십년 동안 맹인으로 살다 시력을 되찾은 사람이 그 욕망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동안 자기를 보살펴줬을 아내가 갑작스레 지겨워지면서 그 자괴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 자신의 기도를 들어준 것도 신이고 새로운 시련을 안겨준 것도 그 신이다. 눈을 뜸과 동시에 광기에 휩싸인, 그러니까 실제 눈을 뜨면서 마음의 눈을 닫아버린 유세프는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해 다시 기도를 드린다. 한순간을 경계로 두고 서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파비스 파라스투이의 연기는 <블랙>의 아미타브 밧찬 못지않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도 노미네이트됐던 <천국의 아이들>(1997)로 국내에 알려진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끈질기게 한 남자의 뒷모습을 따른다. 마치 일부러 시련을 안겨준 것처럼 그의 내적 고통을 묘사하는 것. 그러기에 <천국의 아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동화 같은 풍경은 무척 대조적으로 그 심상을 드러낸다. 우리도 같은 고민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이 굉장한 흡입력을 발산하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