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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을 꿈꾸며
이주현 2010-04-08

영화 감독, 배우, 스탭들의 TV진출은 계속된다

“정우성이 드라마에도 출연했나요? 영화에만 출연한 걸로 알고 있는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모를 수도 있겠다. 정우성이 드라마에 출연한 게 벌써 15년 전이니 말이다. 1994년에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정우성은 이듬해 SBS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와 MBC 드라마 <1.5>에 출연했다. 그러고는 줄곧 영화에만 얼굴을 비췄다. 그랬던 그가 올 하반기에 방송될 예정인 드라마 <아이리스>의 후속작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정우성은 왜 1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기로 한 걸까? 정우성이 차린 영화사 토러스필름의 최창규 팀장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대답했다. “정우성은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영화로 데뷔했고 오랫동안 영화 작업만 했으니까. 그래서인지 영화 출연 제의는 쉽게 들어오는 반면에 드라마쪽은 한번 멈칫 하는 것 같더라.” 최창규 팀장은 또 “유행을 좇는 이야기들이 식상해서 드라마 출연을 거절한 적도 있다”면서 “<아테네: 전쟁의 여신>에서 정우성씨가 맡게 될 캐릭터가 좋았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촬영 일정과 방영 날짜 등도 정확하게 얘기해줘서 흔쾌히 출연 제의를 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로 인지도를 쌓았던 신하균도 현재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 중인 <위기일발 풍년빌라>에 출연하고 있다. 2003년 MBC 드라마 <좋은 사람>에 출연한 이후 TV드라마는 7년 만이다. 신하균의 매니저 강재홍 실장은 “간단한 시놉시스나 1, 2회차 대본만으로 캐스팅 제의를 하던 다른 드라마와 달리 이번엔 사전제작이라 10회 정도까지 대본을 미리 건네받을 수 있”어서 “캐릭터를 분석하기에도 수월했고, 드라마의 큰 그림까지 그릴 수 있어”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우성 15년 만에, 신하균 7년 만에 TV행

영화만 할 것 같았던 배우들이 TV드라마에 눈을 돌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품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드라마에 대한 인식이 변해서일 수도 있고, 인기를 위해서일 수도 있고, 그저 인연이 닿아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영화와 방송을 엄격히 구분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비단 배우의 영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같은 영상매체이면서도 영상작법과 제작 시스템이 달라 서로 다른 영역처럼 인식됐던 영화와 방송이 이제는 부지런히 인력을 교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감독이 드라마를 만들고, 영화 스탭들이 드라마에 참여하는 것은 이제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이리스>

<연애시대>

이미 10년도 전인 1999년에 <유령>의 민병천 감독은 SBS 드라마 <고스트>를 연출했다. 이후 충무로 감독들이 드라마 감독으로 데뷔하는 사례가 늘었다. 그러다 <고스트 맘마> <하루>의 한지승 감독이 드라마 <연애시대>를 연출하면서 많은 드라마 팬들을 거느리게 됐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의 박흥식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역시 젊은 시청자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특이했던 것은 대부분의 스탭을 영화 인력으로 꾸렸다는 점이다. 또 영화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제작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아이리스>도 <달콤한 나의 도시>와 비슷한 경우다. <아이리스>는 영화사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고, <바람의 파이터> <가면> 등을 연출한 양윤호 감독이 연출했으며 스탭들도 영화계 현장 사람들로 꾸려졌다.

이처럼 영화인들이 방송으로 이동하고, 영화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유는 뭘까? 영화와 드라마를 모두 제작한 경험이 있는 한 영화 스탭은 “드라마가 돈을 더 많이 주는 게 사실이고 제작되는 영화 편수도 많이 줄다보니 일이 없어 드라마로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느 영화의 제작실장으로 들어가 1년에 한 작품을 하게 됐을 때 2천만원을 받는다고 하자. 드라마는 막내 FD가 한달에 200만원 정도, 중간이 300만~400만원 정도, 더 잘나가는 애들은 400만~500만원 정도 받는다. 그러니 드라마를 하게 된다.” 그는 “드라마보다 영화가 좋아서” 지금은 드라마 제의가 들어와도 덥석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영화를 하다가 드라마로 가면 드라마를 하던 사람만큼 돈을 주지 않는다”며 영화 스탭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영화 현장에서 일하다 <달콤한 나의 도시>에 참여하게 된 김병준 PD는 “지인의 소개”로 방송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조명이나 촬영 등 기술 스탭들은 드라마도 하고 CF도 하고 영화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출부나 제작부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영화의 전 단계에 참여하다 보니 드라마에 참여하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그러다 <달콤한 나의 도시>나 <아이리스>처럼 영화제작사에서 영화적 시스템으로 만드는 드라마들이 나오자 영화 스탭들도 큰 부담없이 드라마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김병준 PD는 “경험해보니 영화를 했던 연출부, 제작부가 드라마를 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환경이 달라서 그렇지 같이 일하다보면 서로의 장단점에 맞춰 발전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드라마 작업이 소모적인 일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영화사의 드라마 제작은 다소 시들

영화제작사가 드라마로 전공 분야를 넓히려는 시도도 한때 유행이었다. 하지만 배우와 스탭들의 이동과 달리 지금은 주춤한 상태다. 지금은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자는 식이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드림>을 제작했던 영화제작사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드라마팀을 없앴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어윤선 대리는 “영화에 좀더 집중하기로 했다”며 “당분간 드라마쪽으로 일을 벌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KM컬쳐의 심영 기획홍보이사도 “드라마 제작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만둔 상태”라며 “영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의 김희열 드라마 제작본부장은 “드라마가 영화보다 위험부담이 적다고 생각해서인지 영화제작사들이 드라마를 제작하려 하는 것 같다. 반대로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굳이 10억원, 20억원씩 위험을 감수하면서 영화제작에 뛰어들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위기일발 풍년빌라>

이런저런 시행착오 속에서도 영화와 방송이 서로를 곁눈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는 영화가 되려 하고 영화는 그것에 자극받는다. 영화감독, 영화배우, 영화스탭들이 이제는 영화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영화인들의 시선은 긍정적이고, 태도는 신중하다. 영화제작사 KM컬쳐의 심영 기획홍보이사는 “영화적인 콘텐츠, 드라마적인 콘텐츠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영상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시장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심영 이사는 또 배우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배우들이다. 김혜수씨가 드라마 <스타일>에 출연해서 매우 반가웠는데, 결국 영화 관객층을 넓히는 데 그런 드라마가 큰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TV와 영화를 넘나드는 배우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한석규씨의 드라마를 너무 보고 싶다.” 영화 <아들>의 라인프로듀서였던 최태영 PD 또한 “방송과 영화가 각자의 고유한 영역은 그대로 발전시키되 기술과 인력의 이동을 통해서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면 방송과 영화가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지금으로서는 중요해 보이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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