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행정요원의 실수로 약간 모자란 듯한 저승사자 69호가 세상에 내려온다. 그의 임무는 999년째 인간 세상을 떠돌고 있는 꼬리 아홉 달린 암여우를 잡아들이는 것이다. 반인간 반여우로 살아가는 구미호 하라는 이제 남은 1년 안에 어떻게든 한 남자의 사랑과 정기를 받아 완전한 인간이 되기를 열망하지만 세상에 기댈만한 남자, 믿을만한 인간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통탄과 비통의 나날을 보내던 구미호는 어느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남자, 혁을 만나게 된다. 왠지 인정많고 가슴이 따뜻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 같은 남자다. 그즈음 저승사자는 간첩으로 오인되어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되고 자신을 신주로 모시고 있는 무당을 만나 구미호에 대한 소재파악에 나선다. 택시기사를 그만두고 구미호와 그림같은 집에서 살게 되는 혁. 구미호는 밤마다 혁과 알몸이 되어 자신이 고통스럽게 뱉어낸 구슬을 주고 받으며 염락의 세계에 넘나들지만 결코 섹스는 허락하지 않는다. 욕망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통하여 완전한 인간, 아름다운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 혁과 함께 영원히 살고 싶은 것이다. 혁도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풍요한 삶과 행복함에 취하여 그녀를 결코 의심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하기 시작한다. 한편 저승사자는 우여곡절끝에 구미호에게 접근하지만 여의치 않자 혁을 만나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한다. 구미호와 자신의 만남이 사전계획된 것이었으며 자신을 인간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혁은 충격을 받지만 자신이 그녀를 너무나 깊이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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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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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납량물 <전설의 고향>의 단골이었던 '구미호'의 소재를 SFX기법을 사용하여 제작한 영화이다. 영화가 제작될 당시, 이전까지 어설픈 수공에만 의존하던 특수촬영에서 특수분장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적용하여 한단계 앞선 화면을 구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