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프랑스 파리의 한 중학교 교실. 국어 교사 마랭(프랑수아 베고도)과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는다. 마랭은 학생들을 잘 이끌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말끝마다 대꾸하기를 즐겨하는 아랍계 여자아이,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중국인 남자아이,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온 흑인 남자아이 등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학생들로 인해 여기저기서 돌발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랭과 학생들은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마음을 열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시시껄렁한 흑인아이 술레이만이 마랭에게 반항하기 시작하면서 교실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클래스>의 배경인 교실은 그 어느 곳보다 생생하다.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조금의 빈틈도 놓치지 않고 딴짓하려는 아이들 사이에서 수시로 긴장감이 형성된다. 그때마다 교사 프랑수아 마랭은 아이들을 강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이라고 말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클래스>는 단지 참다운 교육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25명의 아이들이 서로 다른 출신배경을 가진 만큼, 마랭의 교실은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그런데 이 모습, 어딘가 많이 봤다. 영화는 교실, 수업, 선생님, 아이들을 통해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클래스>가 가진 생생함의 깊이는 여기에 있다.
<클래스>의 미덕은 감독이 성급하게 결론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이 전개될수록 교실은 더 치열한 양상을 띤다. 아프리카계 술레이만이 무단으로 교실에서 나가는 장면과 실수로 잘못 나온 말 때문에 마랭이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당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수업과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했던 그의 진심과 달리 그 순간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는 역전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올바른 교육이란 무엇인가’가 아닌 ‘교실에서는 이런 풍경도 벌어진다’는 것을 말하려는 듯 보인다. 이 혼란을 인정하자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 하겠다. 결론을 내리지 않고 과제를 던진다는 점, 개인이나 그룹을 통해 시스템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클래스>는 감독의 전작인 <인력 자원부> <타임아웃>과 통한다(물론 각각의 작품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2008년 제61회 칸영화제에서 이탈리아의 걸작,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고모라>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일 디보>를 제치고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