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프랑(자릴 레스페르)은 파리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졸업을 앞두고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가 30년 동안 근무했던 공장의 관리 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몇 년을 홀로 떨어져서 보낸 프랑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열심히 일하고, 늙은 아버지는 그런 똑똑한 아들이 못내 자랑스럽기만 하다. 인력자원부에서 근로자들의 복지와 인사 관련 업무를 맡게 된 프랑은 설문조사까지 벌이면서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주당 35시간 근무제가,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게 하는 시스템임을 깨닫게 된다. 맨 처음 인력자원부로 배정받으면서 프랑은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두고, 노조와의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보수적인 경영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커다란 벽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프랭크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 난감하다. 다만 자신의 위치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만을 알고 있는 듯하다. 자신은 객관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누구의 편도 아닌 공공의 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주35시간 근무제’의 도입에 관한 일을 맡은 프랑은 협상과 설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안건인 종업원 해고안을 우연히 보고 분연히 일어서게 된다.
more
- 제작 노트
-
감독 로랑 캉테는 자신의 데뷔작 <인력자원부>로 베니스, 유럽 영화제 등 각종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단숨에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인력자원부>는 90년대 중, 후반 개인 내면의 판타지에 머무르던 프랑스 영화계에 ‘정치사회적 영역’으로 관심을 환기시킨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인력자원부>는 근래 보기 드물게 노동현장에서 우직한 목소리를 내는 영화다. 현실 때문에 눈을 감고 사는 아버지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정의를 선택한 아들의 갈등이 영화의 축을 이루는 가운데, 노동자 내부와 경영진과 노조 사이에 가로놓인 갈등이 사실적으로 다뤄진다. 로랑 캉테의 등장을 두고 켄 로치와 종종 비교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로랑 캉테는 ‘일하는 인간’보다 ‘노는 인간’을 추구하게 되면서 더 이상 노동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21세기를 염려하는 작가다. 그는 노동하지 않는 것을 유토피아로 인식하는 현실과 대안 없는 노동자의 모습을 차갑게 바라본다. 그리고 육체의 힘과 그 속에 깃든 정신을 이야기한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