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남자, 상수(윤제문). 30대 후반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돈, 여자 생각뿐이다. 리조트 개발 공사만 들어갈 수 있다면 용역깡패 고용도 불사한다. 이 불도저 같은 대책없음은 여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것은 기본이고,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건드리기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서태화)와 바람피우는 것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순간 그는 자본주의와 속물근성에 찌들 대로 찌든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게 바로 인생의 법칙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상수의 독백대로라면 그가 치러야 할 대가는 많다. 일일이 열거하는 게 힘들 정도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다. 그에게 원한을 품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남자, 마냥 밉지만은 않다. 돈 한푼 더 벌어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몸부림과 과로에 찌든 얼굴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이웃집 삼촌 같기도 하다. 나쁜 행동에 동의할 순 없지만 한편으로는 동정이 가는 이 모습, 1990년대 한국 누아르영화 <초록물고기>의 막동이(한석규)나 <게임의 법칙>의 용대(박중훈)를 떠올리게 한다. 차이라면 상수가 이들보다 더 속물적이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이라 더 현실적이라는 것.
늘 남의 것을 뺏는 그가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은 자신이 당했을 때다. 누군가가 옆에 와서 깨달음을 주면 좋겠지만 인생이 어디 마음대로 될 일인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순과 균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상수는 반성한다. 마치 인생이 그런 식이라는 듯 말이다. 이처럼 장동홍 감독은 삶에 찌든 한 중년 남성의 삶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중심에 영화 데뷔한 지 8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윤제문이 있다. 윤제문의, 윤제문에 의한, 윤제문을 위한 영화라 칭해도 좋을 만큼 <이웃집 남자>는 배우 윤제문의 다양한 얼굴을 그려낸다. 조연 때 보여줬던 연기들의 종합선물세트라고나 할까. 여기에 서태화, 박혁권, 김인권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조연진이 가세해 뛰어난 호흡을 보여준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