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가슴 따뜻한 휴먼코미디 <하이자오 7번지>
주성철 2010-03-17

synopsis 아가(범일신)는 록밴드의 꿈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우체부로 일하지만 우편물들을 그저 집에 쌓아두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 아가는 일본 유명 가수와의 공연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만든 아마추어 밴드에 참여하게 되고, 행사를 돕는 일본 여성 토모코(다나카 치에)와 티격태격하다 어느덧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아가의 방 안 우편물 더미 속에는 일본에서 온, 이젠 존재하지 않은 옛 주소로 보내는 오래된 편지가 있다. 그것은 놀랍게도 60여년 전에 쓰여진 7통의 러브레터다.

지난 2008년 <제7봉>이라는 제목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하오자이 7번지>는 당시 대만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다. <비정성시>(1989)의 흥행 1위 이후 거의 기적처럼 10년도 더 지나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자국영화다. 위덕성 감독이 곧장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싸이더커바라이>에 착수했으니 <하오자이 7번지>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대만영화계의 지각변동을 몰고 온 작품이기도 하다. 이처럼 ‘대만의 <쉬리>’라는 식으로 묘사하면 얼핏 대작 액션영화를 떠올리기 쉬우나 <하오자이 7번지>는 훈훈한 웃음과 고즈넉한 풍광이 함께하는 소박한 영화다.

잔잔하면서도 달콤한, 어딘가 여성적 터치의 일본 코미디영화를 연상시키는 <하오자이 7번지>는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더불어 다채로운 인물들의 향연이다. 밴드를 꾸리기 위한 음악 콘테스트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다 모여드는데 거기에는 아가와 싸운 교통경찰도 있고, 신상품 술을 파는 세일즈맨도 있으며, 나이 든 할아버지도 있다. 그렇게 그들은 우스꽝스럽지만 음을 맞춰가며 점차 하나가 된다. 에드워드 양의 <마장>(1996) 등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위덕성 감독은 그 스승을 연상시키는 사려 깊은 시선으로 인물들을 감싸안는다.

오래된 러브레터란 대만이 독립하면서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던 한 남자가 대만에 남겨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보냈던 것이다. 편지의 수취인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아가가 세상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여는 긴 시간으로 치환된다. 어찌 보면 지금에 와서 대만 박스오피스 1위라는 사실이 다소 의아할 정도로 밋밋한 느낌을 줄진 모르지만 담백한 맛으로 취하게 되는 영화다. 민족 구성 자체가 복잡한 대만에서 <하오자이 7번지>는 음악과 편지로 세대와 민족을 아우르고, 또한 일본에서 건너온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가슴 따뜻한 휴먼코미디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