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이영진의 영화 판.판.판] 칸을 향해 꿈틀대는 다섯마리 용
이영진 2010-03-15

2009 칸영화제에서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의도가 뜨겁다. 아우성까진 아니지만, 충무로도 소리없는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5월12일부터 열리는 칸영화제가 두달 앞으로 다가와서다. 올해는 쟁쟁한 한국영화들이 대거 칸영화제의 문을 두드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예비 경쟁이 뜨겁다. 임권택(<달빛 길어올리기>), 이창동(<>), 홍상수(<하하하>) 등 과거 칸영화제와 달콤한 인연을 맺은 감독들뿐만 아니라 임상수(<하녀>), 김태용(<만추>) 감독 등도 가세했다. 현재로선 ‘오룡’(五龍) 구도다.

칸영화제 입성을 위한 몸 만들기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맨 먼저 끝냈다. 지난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감독주간에서 선보였던 홍상수 감독은 완성 프린트를 칸쪽에 보낸 뒤 느긋하게 ‘콜’을 기다리는 중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등으로 경쟁부문에 입성했으나 홍 감독은 아직 수상을 하진 못했다. 기대가 크지 않을까.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홍 감독님은 꼭 경쟁부문에서 <하하하>가 상영되길 원하는 건 아니”라면서 “선택의 폭이 넓으니 가장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진척 속도를 볼 때 <하하하> 다음은 <>다. 현재 최종 믹싱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창동 감독은 3년 전 <밀양>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여우주연상을 따냈고, 지난해에는 심사위원으로 칸영화제에 참여했던 만큼 경쟁부문 진출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의 제작자인 이준동 대표는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 완성본을 보내지도 않았다”면서 “그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오케이를 한 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젊은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정한 영화는 아니어서 국내 개봉(5월13일)을 위해서 경쟁부문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는 3월12일부터 편집에 들어간다. 탕웨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만큼, <만추>는 깜짝 상영작으로 결정될지도 모른다. 엠엔에프씨의 조성우 대표는 “4월 중순까지는 프린트를 보내야 하는데 후반작업을 한달 동안 끝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글로벌 프로젝트에 걸맞게 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수정하진 않았으나 “영화제 일정에 맞춰서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진 않겠다”는 입장. 조 대표는 칸영화제에 맞추지 못한다면 이후 토론토영화제 등을 노크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을 앞세운 임상수 감독의 <하녀>도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3월16일까지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들어간다. 미로비젼 관계자는 “애초 리메이크 기획단계에서부터 칸영화제를 겨냥했다”면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김기영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했고, 임상수 감독 또한 프랑스에 적지 않은 팬을 지니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칸의 ‘전관예우’ 전례를 감안할 때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는 경쟁부문 진출 가능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작업 속도가 늦은 편이다. 현재 50% 이상 촬영한 <달빛 길어올리기>는 4월 초 촬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아래 “하루도 쉬지 않고” 뛰고 있다. 이희원 프로듀서는 “3월20일까지 촬영을 끝낸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프랑스쪽 배급사를 통해서 확인한 바로는 5월 초까지 넘기면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임 감독님 생각은 일단 최대한 맞춰보자는 쪽이다”라고 말했다.

“칸쪽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는 감독님들이 있고, 현재 준비 중인 작품들의 면모를 생각하면 어느 하나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칸영화제에서 만날 한국영화는 여러 편이 될 것 같다.” 스폰지 조성규 대표의 전언이다. 티켓을 쥐고 있는 칸영화제 관계자들도 여느 때보다 고심을 거듭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