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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라고 말하는 페이크다큐 <포스 카인드>
이주현 2010-02-24

synopsis 알래스카 노엄 지역 주민들이 불면증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심리학자인 타일러 박사(밀라 요보비치)는 주민들을 상담하다 이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새벽 2~3시쯤 잠에서 깨면 창밖의 하얀 부엉이가 자신을 노려본다는 것이다. 타일러 박사는 최면치료를 시행해 그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 하지만 최면치료 도중 환자들은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급기야 타일러 박사의 환자 중 한명이 최면치료 뒤 자신의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느닷없이 밀라 요보비치가 등장한다. 프롤로그쯤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이 영상에서 밀라 요보비치는 자신이 타일러 박사 역을 맡았고,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으며,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본편에선 박사가 직접 찍었다는 영상과 그것을 영화로 재구성한(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영상을 한 화면에 보여준다. ‘X월X일 실제화면’ ‘실제 음성’이라는 자막과 함께.

그러니까 <포스 카인드>는 <블레어 윗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영향력 아래서 태어난 일종의 페이크 다큐영화다. 그런데 <포스 카인드>는 페이크다큐이면서도 페이크다큐가 아니라고 말한다. 가상의 인물을 실제 인물이라 가장한 뒤 있지도 않은 일을 실화라고 믿게 만든다는 소리다. 이렇게 말이다. ‘타일러라는 사람이 있었죠. 그녀는 알래스카 노엄 지역의 심리학자입니다. 언젠가부터 마을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죠. 박사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최면치료를 감행하고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하게 됩니다. 여기 타일러 박사가 직접 찍은 ‘외계인 존재 충격영상’이 있습니다. 타일러 박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건 공들여 만든 가짜다.

페이크다큐 장르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자 <포스 카인드> 제작팀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페이크다큐를 진짜 실화라고 포장해 충격을 배가하려 한 것이다. 제작진은 심지어 가짜 실종 기사를 인터넷에 올렸다가 네티즌에 발각당하기도 했다. 너그럽게 속아줄 수도 있겠으나 사기가 너무 엉성해서 그것마저 쉽지 않다. 최면치료 중 환자들이 공중부양을 하거나 누군가가 납치되는 순간만 꼭 화면에 잡히지 않는다.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외계인의 술수 때문이라고 자기최면을 건다면 즐길 수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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