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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노력, 왜 비웃나?
2001-12-12

심재명/ 명필름 대표

12월6일 현재, 서울관객 6만4311명, 전국 9만6776명이 본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앞으로 큰 이변이 없다면 손익분기점은커녕 금전적 손해를 꽤 보게 되었다. 혹자는 욕심부리지 말고 극장 수를 줄여서 개봉했다면 장기상영 확률도 더 높지 않겠냐고 지적하기도 했으나, 현재의 유통·배급구조는 장기상영을 보장해주는 극장이 전무함에 따라 미지의 가능성을 갖고 일정 정도의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철저한 시장논리와 흥행성적에 따라 별수 없이 1주일 만에 간판을 내리거나 심지어는 개봉 이틀 만에 종영되는 상황을 맞고 이런 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관객은 비디오 출시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된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그렇고 <나비>와 <라이방>이 그랬다.

전국에서 최소 1, 2개관의 상영관이라도 확보되어 좀더 상영되길 희망한다는 소수 관객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었기에 각 영화사들은 임대상영이나 장기상영의 가능성을 어렵게 찾아나서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현재의 시장논리와 배급구조 때문에 너무 빨리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리는 상황 앞에서 그저 넋두리나 늘어놓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소수 관객의 채근에 추동돼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보고 시도한 것이다. 물론 ‘공동상영’을 제안하는 극장주도 나왔다.

12월1일치 <중앙일보> 시론에 쓴 조희문씨의 이야기처럼 ‘좋은 영화라고 흥행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 결코 아니라, 소수지만 장기상영을 희망하는 관객의 바람에 고무(?)되어, 상영조건만 마련된다면 찾는 ‘최소한의’ 관객이 있을 것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다. 조희문씨의 말처럼, ‘특정한 영화가 수준 높은 작품이라는 이유로 많은 관객이 보아야 한다며 바람을 잡고, 극장을 통째로 빌려 상영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주관적인 기준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돈을 들여서라도 기록을 바꾸고야 말겠다는 오만’이 아니라 융단폭격식으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속전속결식의 결과를 내는 지금의 ‘시장’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내 극복해보고자 하는 자구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먼저 바람을 잡은 것은 만든 이들이 아니라 소수의 관객이었으며, 억지로라도 기록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가 경제적 리스크를 안더라도 방법이 있다면 투자금에 대한 손해액을 최소화하겠다는 단순한 경제적 논리를 폈을 뿐이다. 몇백만명씩 관객을 동원하는 오락성 강한 상업영화와 서울 5만명, 10만명짜리 작은 영화도 더불어 ‘공존’하는 건강한 시장을 희망했을 뿐이다.

올해의 상황으로, 공급자인 영화인들은 너나없이 특정 장르의 영화만을 만들고 수요자인 관객은 그 영화들만을 즐기며 투자자는 저예산 작가주의 영화의 시나리오는 아예 거들떠보지 않을 수 있는 미래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다르게 ‘노력하는 영화인들’의 모습이며, ‘관객의 현명한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아직도 순진한(?) 마음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영화의 지속적인 생산이 다양한 성향의 관객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좀더 명줄 긴 한국영화계를 담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