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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핵심
정재혁 2010-02-11

기타노 다케시의 <아웃레이지> (Outrage)

●후반작업 중 ●출연 비트(기타노) 다케시, 기타무라 소이치로, 미우라 도모카즈

<아웃레이지> 촬영현장.

“영화제에서만 팔리고, 극장에서는 안 팔리는 감독.” 이 비하에 가까운 자평의 원인을 기타노 다케시는 TV와 영화의 차이에서 찾은 것 같다. 지난해 도쿄필름엑스영화제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가 뱉은 발언은 감독으로서 기타노 다케시가 안고 있는 고민을 그대로 드러냈다. “TV는 내 마음대로 하면 되는데, 영화는 보려면 돈이 드니까 하고 싶은 걸 억누르게 된다. 왜 영화는 다 똑같이 1800엔인 거야! 내 영화는 한 700엔만 받으면 될 텐데!!” 그는 지금까지 “마음 내키는 대로” 못해왔다. 그래서 일종의 ‘자기 반영 3부작’ <다케시즈> <감독만세>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필요했다. 그리고 2010년, 그는 다시 폭력의 세계로 돌아왔다. <아웃레이지>는 기타노 감독의 특기라 할 수 있는 폭력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주인공 오오토모(비트 다케시)는 관동지역 일대를 관리하는 폭력조직 산노우회의 일원이다. 산노우회는 십여개의 산하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데 각 조직 사이의 권력 다툼이 심하다. 그러던 어느 날 산노우회의 두목 간나이(기타무라 소이치로)는 젊은 두목 가토(미우라 도모카즈)를 통해 지겐조의 조장 지겐(구니무라 준)에게 명을 내린다. 그 명령은 직계 조직이 아닌 무라세 조직을 처리하라는 것. 지겐은 복잡해질 게 뻔한 그 일을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부하인 오오토모에게 맡기고, 오오토모는 결국 배신과 술책 범벅인 권력투쟁 한복판에 서게 된다.

<아킬레스와 거북이>를 마치고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자토이치>의 아역 사오토메 다이치를 데리고 시대극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아무리 사오토메가 연극계에서 유망한 젊은이라 해도 “사오토메 영화로는 흥행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그는 방향을 틀었다. “본인의 원점”이라 할 수 있는 야쿠자 이야기를 다시 꺼내들고 2009년 8월23일 촬영을 시작했다. 이미 “영화란 매체가 타협의 덩어리”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그니 망설임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엔 새로운 주문도 있었다. 기타노 영화의 주요 투자사인 반다이비주얼이 “기타노 패밀리는 이제 그만”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기타노는 미우라 도모카즈, 가세 료, 시이나 깃페이, 쓰카모토 다카시 등 이제까지 함께 작업을 해본 적 없는 배우들로 출연진을 꾸렸다.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세계. 노골적인 제목처럼 <아웃레이지>는 100%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소나티네> <하나비>처럼 “폭력의 뒤편에 인간의 감정을 새겨넣는 일 따위”를 이번엔 하지 않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승패에 선악은 관계없다. 이건 그저 양육강식의 세계며 여기에 영웅주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아웃레이지>의 등장인물은 형사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악역, 야쿠자다. “한 장면에서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캐릭터가 다음 장면에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한다”는 미우라 도모카즈의 말처럼 폭력의 정도도 최대치다. 한마디로 <아웃레이지>는 “기타노 다케시의 특기”인 폭력만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익숙한 ‘기타노 패밀리’를 다 물리고 이번에 기타노 다케시가 데려온 배우들은 하나같이 모두 선한 얼굴이다. 인자한 웃음이 트레이드 마크인 고히나타 후미요를 비롯해 능력없는 샐러리맨이 잘 어울리는 기타무라 소이치로, 그리고 세상을 남보다 두배는 느리게 살 것 같은 가세 료까지. 기타노는 이들을 모두 악인으로 만들면서 희열을 느꼈던 걸까. 실제로 현장에서 기타노 다케시가 가세 료의 “거의 이성을 잃은 연기를 보고 박수를 쳤다”는 에피소드가 들려오기도 했다.

tip <자토이치> 이후 정말 기타노 다케시의 두 번째 흥행작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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