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숲속의 한 펜션. 사랑하던 연인을 잃은 슬픔에 고스트(김기범)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그렇게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으로 문을 닫게 된 펜션에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소녀 지니(황보라)가 온다. 고스트를 만난 그녀는 그가 유령이 아닌 사람임을 직감하고 계속 다가서려 한다. 그러는 와중에 동네 사람들은 무당도 부르고 퇴마사도 불러 그를 몰아내려 한다. 그럼에도 지니는 그를 도와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고스트는 강하게 거부한다.
강릉시의 제작지원을 받은 <주문진>은 제목에서부터 지역색을 풍긴다. 영화 속 공간도 그렇다. 오대산의 숲길과 숲속의 펜션, 바다가 훤히 보이는 해안도로, 그리고 계속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절벽 등 <주문진>은 바로 그 공간에서 출발한 영화다. 그런데 그런 공간을 채워넣은 건 의외로 초현실적인 멜로드라마다. 하명중 감독의 실질적인 연출 복귀작이라 할 수 있었던 한혜숙 주연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2007)와 비교해도 <주문진>은 좀더 젊은 관객과 호흡하려는 한 노감독의 의지로 생각된다. 황보라 특유의 4차원 캐릭터가 잘 살아 있고, 슈퍼주니어 출신의 기범을 캐스팅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특히 기범의 샤워장면으로 시작하는, 그리고 영화 시작 뒤 30분여까지 그의 제대로 된 얼굴을 똑바로 보여주지 않는 영화는 처음부터 팬 서비스 차원의 느낌도 풍긴다. 그가 유령인지 아닌지 끝까지 모호하게 만드는 미스터리적 설정도 잘 살아 있다. 고스트가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 등장하기까지 그의 존재는 계속 의문으로 남겨진다. 하지만 그의 팬이 아닌 이상 마치 <피아노맨>(1996)의 최민수, <화이트 발렌타인>(1999)의 박신양을 떠올리게 하는 장발로 등장하는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비워져 있는 부분을 채우는 건 무척 부지런하게 강원도 사투리를 익혔을 법한 황보라다. 역할을 파악하는 단서라고는 ‘4차원’밖에 없을 텐데 온전히 자기만의 힘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얼핏 어울려 보이지 않는 그 관계를 생기있게 만드는 것도 순전히 그녀의 힘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순수성이나 선의와 별개로 전체적으로 올드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스트에 대한 의문을 남겨둔 채 중반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주문진>은 하명중 감독의 새로운 도전으로 읽을 수 있지만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밟힌다. 주변 캐릭터들을 더 살리거나 주문진이라는 공간의 에피소드를 더욱더 부각시켰으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