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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관계가 얽힌 여러 커플의 러브스토리 <애프터 러브>
장영엽 2010-01-20

synopsis 판사 루카(실비오 올랜도)와 그의 아내는 매일 죽기살기로 싸우다가 이혼을 결심한다. 이들의 딸인 줄리아(크리스티나 카포톤디)는 해외로 회사 발령이 나 남자친구와 떨어져 있게 된다. 판사의 친구 세르지오(클라우디오 비시오)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다가 전 부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결혼을 앞둔 엘리사(클로디아 게리니)는 주례를 맡은 신부가 그녀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파우로(파비오 디 루이지)는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에게 헤어지라는 협박을 받는다. 천재 아이들을 둔 부부는 서로 아이를 맡지 않기 위해 양육권 문제로 다툰다.

서로 관계가 얽힌 여러 커플의 러브스토리. 여기까지만 들어도 당장 <러브 액츄얼리>가 떠오른다. 비슷한 설정의 대표작이 존재한다는 건 양날의 칼이다. 관객은 좀더 친근하게 새 영화를 받아들이겠지만, 이미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가차없이 팽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브 액츄얼리> 이후 우후죽순 쏟아진 옴니버스영화들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진 것도 그래서다.

<애프터 러브> 역시 시작부터 이런 장단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예상외로 여타의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이국적인 지역색과 문화의 매력 때문이다. 이탈리아 감독과 배우들이 만들고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촬영한 이 작품은 유럽의 ‘사랑 싸움’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갈등이 절정에 이른 판사 부부는 살기등등한 눈으로 서로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싸운다. 그들은 오페라 아리아처럼 내리꽂히는 이탈리아 억양으로 ‘죽여버리겠어’를 외치는데, 그건 정말로 무시무시하게 들린다. 전 여자친구를 아직도 사랑한다며 그녀의 새 남자에게 이별을 강요하는 경찰관은 직권 남용도 서슴지 않는다. 순찰의 특기를 살려 남자를 스토킹하고, 동료 몰래 그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럼에도 선글라스에 쫙 달라붙는 가죽 재킷을 입고 다니는 이 남자는 이탈리아 경찰관에 대한 환상을 묘하게 부추긴다(무기력한 표정의 NYPD를 생각해보라!). 확실히 교훈적이고 말랑말랑한 할리우드영화보다 더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부분이 있고, 그런 요소들이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감정의 결을 촘촘히 쌓아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너무 성급하게 맺어지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쉽게 개과천선하는 바람둥이도 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줄거리 사이마다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반전이나 유머가 숨어 있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드라마보다 코미디, 줄거리보다는 정서에 강점이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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