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의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사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영진위는 지난해 12월22일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2차 선정작으로 김호선 감독의 <진실 혹은 편견에 대하여>를 뽑았다고 발표했다. 이 영화는 영진위로부터 현금 4억원과 현물 2억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젊은 독자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김호선 감독은 1970년대와 80년대 멜로영화로 극장가를 주름잡았던 인물이다. <영자의 전성시대>(1975)와 <겨울여자>(1977)는 그의 명실상부한 대표작이다. 그는 <애니깽>(1996) 이후 새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으니 결국 <진실 혹은 편견에 대하여>는 김호선 감독이 14년 만에 만드는 영화인 셈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사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국제적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적극적인 해외 진출 도모’,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은 영화감독의 제작 프로젝트 지원을 통한 제작 활성화’ 등을 그 목적으로 한다. 김호선 감독이 <애니깽> <사의 찬미> <서울무지개>로 각각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했고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감독상 등을 받긴 했지만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은 영화감독’인지는 애매한 게 사실이다. 함께 지원했던 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검은땅의 소녀와>로 베니스영화제 오리존티 부문에 나갔던 전수일 감독, 그외에도 이두용, 하명중, 박철수, 남기웅, 황철민, 임상수 감독이 신청자들이다.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지난해 7월 첫 지원작 선정 당시부터 불거졌다. 애초 지원작은 2편 이내로 선정될 예정이었으나 최종 단계에서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 한편만 뽑은 것이다. 이창동 감독의 <시>가 동반 선정되는 게 유력했지만 심사위원들의 평점 평균이 70점을 넘기지 못해서 ‘과락’됐다. 알고 보니 한 심사위원이 <시>에 0점을 줬는데, 그는 ‘<시>의 시나리오가 각본의 포맷이 아니라 소설 같은 형식이어서’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해석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심사결과를 놓고 <시>의 제작자인 이준동 대표는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선정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지원 작품들의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영진위가 실시하는 다른 시나리오 공모사업에 비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는 심사평이 더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심사결과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가 김호선 감독이 연출을 오래 쉬었기 때문도, 그의 영화가 예술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도, 그의 나이가 많아서도 아니다. 김호선 감독이 이 영화로 해외 영화제에 진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도 아니며 그렇게 단정지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희문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유독 ‘신구 영화인의 화합’이라는 문제제기가 많이 됐는데 이번 심사결과도 혹시 그런 차원의 ‘배려’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나아가 영진위가 공모하는 시네마테크와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그리고 영화아카데미까지 그런 ‘배려’가 적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는 얘기다. 2010년, 영진위의 일거수일투족을 뚫어져라 쳐다봐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