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사람들
[방중현] 생활로 단련된 감각
김용언 사진 오계옥 2009-11-27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의 방중현

영화 내내 단 한번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의 얼굴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의 ‘선글라스’ 조민우 형사는 기억에 남는다. 구부정한 어깨에 건들건들 현장을 헤집고 다니는, 김요한(고수)과 한동수(한석규)에게 14년 전 살인사건의 그림자를 일깨우는, 그러다 결국 “그 친구, 실종됐습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영화에서 사라지더라도 그의 인상은 강렬했다.

조민우를 연기한 방중현의 마음도 그랬다. 애초엔 다른 역할을 제안받았다는 그는 “불씨가 꺼져가는 사건에 다시 불을 지피는 조 형사 역할이 좋았고 마음에 계속 남”아서, 결국 조민우를 선택했다. “감독님이 이미 민우의 구체적인 외양까지 철저하게 설정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전 이미 만들어져 있는 캐릭터에 슬쩍 얹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민우는 완벽하고 철저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이고 뭐고 무조건 쑤시고 다니잖아요. 젊다는 거죠. (웃음) 그걸 최대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고등학생 때는 록밴드의 보컬이었고, 군대 제대 뒤에는 다수의 독립영화 주연을 맡았으며 <가발>과 <Mr. 로빈 꼬시기> 등에 출연했다(사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에서도 김상경이 연기하는 동수를 남산 밑에서 만나 ‘기나 도를 아십니까’ 전도사에게 인도하는 백수건달로 출연했었다. 하지만 결국 편집 과정에서 그 시퀀스 전체가 빠진 건 아픈 기억이다). 요즘은 양평 근처에서 우동집을 경영하며 직접 우동을 만들고, 틈만 나면 사진기를 들고 인상적인 사진을 찍으며 블로그에 부지런히 올리고, 매일 서너 시간씩 기타 연습을 한다. “이 모든 것이 감각을 키우는 거예요. 모든 것에는 흐름이 있어요. 음악뿐 아니라 요리, 사진에도. 그 특정 흐름과 리듬이 깨지면 연기할 때 사람들이 쉽게 못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의 차기작은 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다. ‘엄청난’(도지원)과 사실혼 관계이자 감방을 들락거리는 말썽꾸러기 연하 애인으로 곧 등장할 예정이다. 이름은 무려 ‘하행선’!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