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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학살의 실상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문석 2009-10-28

일본의 다이지(太地)는 돌고래 산업이 발전한 도시다. 전세계의 돌고래쇼를 위한 돌고래의 상당수는 이곳에서 잡혀 팔려나간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쇼에 적합하지 않은 돌고래의 경우 무참하게 학살돼 식용으로 팔려나간다는 사실이다.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2만3천마리의 돌고래가 어부들의 작살에 희생된다는 이야기다.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은 다이지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학살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일군의 전투적 환경운동가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돌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흥미진진한 ‘액션’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다. 다이지는 어부, 공무원, 심지어 경찰까지 나서 돌고래 학살장면을 찍지 못하게 방해하는 곳이다보니 제작진은 첨단 첩보전에 가까운 분투를 기울여 촬영에 나선다. 스스로 ‘오션스 일레븐’이라 부를 정도로 촬영, 사운드, 잠수 등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몰래 촬영을 시도하는 모습은 숨막힐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이 일군의 무리 중심에는 릭 오배리가 있다. 그는 1960년대 돌고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TV쇼 <플리퍼>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돌고래를 조련해 연기를 하게끔 함으로써 큰 명성을 얻었던 인물. 하지만 사랑하던 돌고래 캐시가 자신의 품에서 ‘자살’하는 광경을 본 뒤 갇힌 돌고래를 풀어주는 운동을 펼쳐왔다. 그를 중심으로 뭉친 제작진은 돌고래 학살의 실체를 낱낱이 밝힘과 동시에 일본 고래산업의 추악한 모습까지 들춰낸다.

물론 <더 코브…>는 흥미를 위한 영화가 아니다. 그들의 노력으로 마침내 얻어낸 학살장면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바닷물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이며 돌고래를 포획하는 모습은 인간들의 뒤틀리고 끔찍한 욕망을 충격적으로 까발린다.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에서도 서로 교신할 수 있는 신비의 동물을 수은 중독 위험에도 굳이 식탁에 올리려는 욕망을 보자면 같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메스껍게 느껴질 정도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등 폭발적 반응을 얻었던 <더 코브…>는 여전히 영화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무기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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