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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완벽한 모습의 대리 로봇 <써로게이트>
김용언 2009-09-30

synopsis 가까운 미래, 완벽한 모습의 대리 로봇 써로게이트가 보급되면서 모든 인간은 안전하게 삶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모든 업무를 써로게이트가 대신하면서 범죄와 공포, 질병, 사고를 벗어나 인간은 보호받는다. 이곳에서 15년 만에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두명의 써로게이트가 살해당하고, 그들의 운영자인 인간까지 동시에 숨을 거둔 것. 로봇이 죽더라도 인간은 안전하다는 애초의 시스템에 거대한 균열이 일어난 것이다. FBI 요원 그리어(브루스 윌리스)와 피터슨(라다 미첼)은 곧 써로게이트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생경했다.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는 너무나 탄력적인 장밋빛이라 어색할 정도다. 거리마다 모두 완벽한 신체비율의 미남미녀들로 넘쳐난다. 모두가 결코 늙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써로게이트들에 눈이 익숙해질 즈음, 어느 순간 써로게이트를 버리고 부석부석한 얼굴로 헤매는 ‘인간’ 브루스 윌리스를 보는 순간은 더 낯설어진다. 우리의 눈은 보고 싶은 것만 고집스럽게 보려고 한다.

<A.I.>나 <터미네이터> 시리즈와는 또 다르다. <써로게이트>에 등장하는 대리 로봇 써로게이트는 금속성 기계도 아니고, 인간과 기계의 결합체도 아니다. 전자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어디까지나 ‘타자’였다. 하지만 대리로봇 써로게이트는 ‘아바타’다. 우리가 심즈, 세컨드 라이프 혹은 싸이월드를 통해 익숙한 또 다른 자아 말이다. 인간은 아바타 안에 자신의 욕망과 스스로가 생각하는 더 좋은 모습을 투영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했다. 스크린상의 망점으로 촘촘하게 이뤄진 그 허상의 존재는 손쉽게 판타지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소망은 몇번의 클릭과 명령어에 따라 간단하게 이뤄졌다. 그것은 또 다른 삶이었다. 써로게이트는 그 아바타를 3차원으로 되살려낸다.

<써로게이트>의 전제는 분명 흥미롭다. 현실과 대리로봇을 오가며 미묘하게 차이나는 1인2역을 소화한 배우들의 호연도 그렇거니와 대개의 사람들이 바라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얼마나 표준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몇몇 시퀀스도 인상적이다. 할리우드영화 속 할리우드의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의 조너선 모스토는 아예 웃음기를 지우고, 혹은 희로애락의 과장없이 침착하게 영화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리듬감을 선사할 액션신이 의외로 맥없이 끝나고, 컴퓨터 앞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손쉬운 결말이 아쉬워 입맛을 다시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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