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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누리 & 자투리] 이만희 감독의 <검은머리>를 보다니

<검은머리>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10월8일부터 16일까지 열릴 이번 영화제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70개국 355편의 영화(월드 프리미어는 144편)가 상영될 예정입니다. 새로운 소식을 몇 가지 전해드리면, 비아시아권 신인감독 발굴을 위한 경쟁부문 ‘플래시 포워드 어워드’와 유럽의 프로듀서 전문교육기관 에아베(EAVE)와 협약을 맺은 프로듀서 교육프로그램 등이 신설되었다고 하네요. 개막식은 공중파로 전국에 생중계되고요. 영화제 전담 콜센터 및 KT 114와 연계한 안내시스템 운영, 외국인을 위한 예매시스템 마련, 시각장애인용 점자상영시간표 제공, 티켓구매금액 일부를 장애인과 빈곤아동에게 기부하는 굿네이버스 캠페인 전개 등도 마련됩니다. 좋은 영화를 안정된 환경에서 소개하는 것이 영화제의 기본 목표라면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세밀한 인프라 구축 작업에서도 좀더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군요. 기대됩니다.

왜 한국고전영화는 제대로 된 필름으로 남아 있질 않는지 투덜거리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부산영상위원회와 한국영상자료원, 부산국제영화제가 뜻을 모아 고전의 디지털 복원에 힘을 쏟는다고 하니 훨씬 든든하네요. 한국영상자료원이 원본 필름의 전체 보수작업과 디지털 스캔, 복원 품질 관리를 담당하고, 부산영상위원회는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의 (주)에이지웍스와 함께 복원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영화유산 보존이라는 문화적 가치뿐 아니라, 고난이도의 복원 기술력 확보 및 전문 인력 육성이라는 영상산업 인적 인프라 구축 기반이라는 점에서도 축하할 일이겠지요.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이만희 감독의 <검은머리>(1964)입니다. <검은머리>는 뒷골목 갱들의 세계를 매혹적으로 재현해낸 한국형 누아르의 대표작이지만, 지금까지는 초반 10분 분량이 녹물 등으로 심하게 잠식되어 관람이 어려웠습니다. 즐거운 소식입니다.

올해가 프랑스 누벨바그 50주년이라는 거 다들 알고 계시나요?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를 기점으로 태동한 영화사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지요. 그래서 극장 필름포럼이 9월23일부터 30일까지 8일간 ‘누벨바그 50주년 기념전’ 행사를 연답니다. 클로드 샤브롤의 <미남 세르주>, 알랭 레네의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쥴 앤 짐>,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남성, 여성>. 자크 리베트의 <파리는 우리의 것>을 상영합니다. 자세한 문의는 02-312-4568, www.filmforum.co.kr입니다. 이번 기회에 누벨바그의 신기원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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