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파리,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안은 오빠 피에르와 함께 그의 친구가 주최하는 파티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매카시즘 열풍을 피해 프랑스에 온 미국작가 필립 카우프만과 몇 몇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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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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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트는 흔히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과 함께 누벨바그의 멤버로 분류되곤 하지만 정작 누벨바그 시기(대략 1958년에서 1964년에 이르는)에는 단 한편의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게다가 <카이에 뒤 시네마>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하면서 어려운 조건 아래서 만들어진 리베트의 이 장편 데뷔작이자 유일한 누벨바그영화는 동료들의 영화들이 받았던 만큼의 ‘격렬한’ 반응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비록 뒤에 조너선 로젠봄 같은 비평가가 누벨바그 멤버들의 첫 번째 영화들 가운데 리베트의 이 영화가 가장 아름다울 뿐 아니라 지적으로, 그리고 철학적으로 가장 성숙한 작품이라는 비평적 찬사를 내리긴 했지만. 영화는 안느라는 여학생을 중심 인물로 내세워 1957년의 파리를 숨막히게 가득 채우는 불안의 공기를 감지하게 해준다. 오빠인 피에르를 따라 파티가 열리는 아파트에 간 안느는 그곳에서 만난 미국인 망명자 필립에게서 막후에서 은밀하게 세상을 지배하는 ‘힘’의 존재에 대해 듣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 비밀스런 힘의 망 속에 빠져드는 존재가 되고 만다. 리얼리즘의 터치로 그린 ‘불안의 스릴러’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는 이 세계 자체를 음모에 의해 움직이는 불투명한 미로로 제시하면서 결국 그런 곳인 파리는 제목과 달리(그리고 영화 시작부에 나오는 자막에서처럼) 아무에게도 속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음모로 지탱되는 세계 외에 무리를 이루는 이들 사이의 관계, 삶의 경계에 선 연극 같은 리베트적 세계의 주요 구성 요소들이 이미 다 드러나 있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