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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에서 공포까지, 아기자기한 8개 영화제의 팔색조 매력
이영진 2009-07-21

정동진독립영화제

8월7∼9일 정동진 정동초등학교 www.jiff.co.kr

독립영화를 블록버스터 대접하는 기기묘묘 영화제. 올해도 운동장에 설치된 18m 초대형 에어스크린을 통해 따끈따끈한 ‘독립’ 신작들을 만난다. 상영작은 김종관 감독의 <올 가을의 트렌드>, 장형윤 감독의 <고라니>, 박성국 감독의 <야설작가 영범씨의 글짓기 지도법>, 남궁선 감독의 <최악의 친구들> 등 모두 23편. 개막일에는 인디밴드 ‘오! 부라더스’의 시끌벅적 축하공연도 예정됐다. 영화상영이 없는 대낮에는 선글라스 끼고 맥주를 마시며 백사장에서 공을 차는 독립영화인들의 ‘노가다’ 몸매를 훔쳐보면 된다. 교실을 게스트 숙소로 제공하는 야생 버라이어티 영화제인 동시에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한데 어울리는 부비부비 축제. 11번째 행사를 준비하는 강릉시네마테크 박광수 사무국장(웃고 싶으면 이 사람을 찾으면 된다)은 “이번엔 일부 관객에게 초특급 로열석을 내줄 계획”이라고 말한다. 로열석은 혹시 1등급 모기장이 설치된 좌석?

[준비물] 동전.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유일한 시상 부문은 관객상인 ‘땡그랑 동전상’. 섹션별 영화 관람 뒤 관객은 동전으로 투표를 하는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작품이 모든 동전을 싹쓸이 가져간다.

시네바캉스 서울

8월4~30일 서울아트시네마 www.cinematheque.seoul.kr

시네바캉스는 진귀한 여행이다. 익숙하고 잘 알려진 레퍼토리 대신 매년 모험의 여정을 제시한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누벨바그 세대였지만, 그들의 그룹에서 항상 제외됐던 자크 드미, 빨리 저렴하게 찍는다는 이유로 제작자들에게서만 인정받았던 ‘B급 액션영화’의 제왕 돈 시겔, ‘불손한’ 감독이라는 낙인이 찍혀 자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등 세 거장의 작품들이 줄줄이 상영된다. 작품 수급 중이라 아직 상영작을 최종 확정하진 못했으나 자크 드미 특별전에선 <롤라> <쉘부르의 우산> <로슈포르의 숙녀들> <당나귀 공주> 등 4편이, 돈 시겔 특별전에선 <라인업> <킬러> <형사 마디간> <더티 해리> <매혹당한 사람들> 등 10편이,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특별전에선 <나비사냥> <불한당들> <가을의 정원> 등 5편 내외의 작품이 관객과 조우할 것으로 보인다. 자크 드미의 춤과 돈 시겔의 액션과 오타르 이오셀리아니의 우화, 이 정도면 부족함없는 ‘시네바캉스’ 아닐까.

[준비물] 필기구와 메모지. 서울아트시네마의 여름 일정을 체크하려면 꼭 필요하다. 시네바캉스에 앞서 7월14일부터 스리랑카 감독 달마세나 파티라자 특별전이, 7월21일부터 낙원음악영화제(가제)가 마련되어 있다.

시네마테크 KOFA 7월 기획전

7월14∼31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www.koreafilm.or.kr

“멀쩡한 할머니의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고양이인가 하면… (중략)… 수도꼭지를 틀면 피가 줄줄 쏟아진다.” 1965년 8월, 이용민 감독의 <살인마>는 ‘여성 관객이 몰리는’ 기현상을 빚었다. 1998년 5월,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은 교복 입은 학생들의 단체관람을 시작으로 전국관객 250만명이라는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여귀재래: 월하에서 여고까지’는 엑기스 작품으로 돌아보는 ‘한국 공포영화 연대기’다. 지난 6월 타계한 원로배우 도금봉의 <목없는 미녀> <월하의 공동묘지-기생월향지묘> 등 1960년대 공포영화부터 호러 붐을 일으켰던 <여고괴담> 시리즈를 거쳐 <소름> <4인용 식탁> <알포인트> 등 비교적 최근작까지 한데 모아 상영한다. 장르 뒤에 숨겨진 사회적 갈등의 흔적을 추리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 <한녀> <마계의 딸> <투명인간> 등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상영용 필름을 새로 마련해 공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준비물] 극장 주변에 비치된 격월간지 <영화천국>을 챙길 것. ‘K-호러’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접근 뿐 아니라 8월 기획전인 ‘한국 팝의 혁명, 그리고 영화’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주노동자영화제

7월17∼19일 서울 명동 인디스페이스 www.mwff.or.kr

‘1+1=0’이라는 편견에 맞서 ‘1+1=2’라는 상식을 널리 알리기 위한 영화제. 이주노동자의 방송인 MWTV가 주최하고 포천 스리랑카 친구들, 마석 이주노동자공동체, 부천 미얀마공동체, 안산 네팔공동체가 함께한다. 올해 슬로건은 ‘짬뽕이 좋아!’. <반두비> <로니를 찾아서> 등 익히 알려진 개봉작을 포함해서 상영작은 모두 25편이다. ‘나비의 노래’에선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을, ‘그림자 인간’에선 마이너스 존재로 규정되는 이주노동자들을,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아이들’에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장 많은 관심을 끌 섹션은 국내 이주민이 직접 제작한 ‘이주의 시선’. 미얀마 출신인 때인 감독의 <위 메이크 코리아!>, 인도네시아에서 온 가톡 감독의 <COPET소매치기> 등 4편의 ‘자작’ 영화가 차려졌다. 문화단체 믹스라이스의 만화전시도 놓치지 말자. 7월26일부터는 진주· 마석·천안·부천·안산·익산·김포 등에서 순회상영회가 열린다.

[준비물] 신 짜오∼∼. 베트남 말로 안녕하세요, 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의 인사말을 외워가면 어떨까. 옆자리에 앉은 이주노동자, 아니 다문화사회 구성원들에겐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7월22∼26일 롯데시네마 건대점 www.sicaf.or.kr

29개국에서 날아든 167편의 애니메이션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기회. 직업이 20개가 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자크-레미 지레드 감독의 <미아와 미고>, 5년 동안 혼자서 만든 니나 페일리 감독의 <블루스를 부르는 시타> 등이 출품된 장편부문을 비롯해 전 부문이 ‘경쟁’ 섹션이다. 인터넷 애니메이션 부문은 관객이 직접 수상작을 초이스한다.

[준비물] 지하철 요금과 넉넉한 시간. 같은 기간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는 한국만화 100주년을 기념해 <타임캡슐전> <박기정 테마전> <해외만화초청전> 등 기념 전시가 있다.

키노아이 감독熱전

7월23∼8월5일 서울 명동 인디스페이스 www.kino-eye.co.kr

지난해 태어난 독립영화 배급사 키노아이가 9편의 독립영화를 한데 묶어 개최하는 기획전. 강미자 감독의 <푸른 강은 흘러라>, 그레이스 리 감독의 <아메리칸 좀비>, 명중오 감독의 <말보로 전쟁>, 이서 감독의 <사람을 찾습니다> 등이 관객 맞을 채비를 끝냈다.

[준비물] IPTV. myLGtv에서도 기획전이 열리는 기간 동시 상영한다. 단, 하반기 개봉예정작인 <푸른강은 흘러라> <사람을 찾습니다>는 극장에서만 볼 수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8월13∼18일 TTC복합상영관 제천, 청풍호반무대, 수상아트홀 www.jimff.org

영화제에서 휴양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라면 가능하다. 청풍호반에서 몸을 식히고 음악영화로 마음을 보양하는 비법을 퍼트리기 시작한 지 벌써 5년. 웰빙영화제라 불러도 됨직하다. 여름에 기진맥진 정신 못 차리는 직장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행사. 시네심포니, 뮤직 인 사이트, 패밀리 페스트 등 8개 공식 섹션에서 리듬과 멜로디로 충만한 영화들을 상영한다. 7월 중순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 부활, 김창완밴드, 언니네이발관, 베니골슨 쿼텟, 글루미 몽키즈, 크로스펜던트 등 20여팀의 공연도 마련되어 있다.

[준비물] 선크림과 담력. 야외상영관 근처에 수상스키와 번지점프를 즐길 수 있는 레저시설이 있다.

시네마디지털서울

8월19∼25일 CGV압구정 www.cindi.or.kr

“아시아의 신인감독을 발굴하고, 디지털영화의 미래를 제시할” 목적으로 태어난 ‘신디’는 이제 겨우 세살이 됐지만, 모두가 기다리는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소봉섭 감독의 <겨울이 온다>, 이지연 감독의 <김 문 정>, 양효주 감독의 <사랑의 십자말풀이> 등 한국 단편경쟁 본선 진출작 15편을 얼마 전 발표한 신디는 7월21일 기자회견을 통해 90편 내외의 상영작과 신디 클래스, 신디 토크 등의 프로그램 일정을 발표한다.

[준비물] 영화는 필름이 제맛이라는 구시대적 선입견은 당장 버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