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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감있는 비행기 실내극 <해피 플라이트>
정재혁 2009-07-15

synopsis 하네다발 호놀룰루행 비행기. 국제선을 처음 경험하는 승무원 에츠코(아야세 하루카)는 흥분 반 긴장 반이다. 기장 승격을 앞둔 부기장 스즈키(다나베 세이치)는 훈련에서의 실패가 자꾸 밟힌다. 이들의 불안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비행기는 이륙하면서 새와 부딪힌다. 그리고 닥치는 기계 이상과 기상 악화. 결국 비행기는 하네다로 돌아가기로 한다.

비행기가 뜬다. 격납고에선 엔진 최종 점검을 하고 관전탑에선 비행기와의 통신 상황을 체크한다. 공항 데스크에선 넘치는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을 조절하며 조종실에선 날씨와 활주로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비행 플랜을 짠다. 공항 밖도 바쁘다. 조류 담당자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새와 부딪히지 않도록 공포탄을 쏘고 비행 사진을 찍는 카메라맨은 항공기의 시간표를 확인하며 셔터를 누른다. 직접적인 관계자는 아니지만 엮여드는 사람도 있다. 비행기 오타쿠들은 탑승 예정이 없음에도 공항 라운지에 앉아 승무원, 비행기 감상을 하며,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견학을 한다. 비행기 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움직인다.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는 항상 열정을 그려왔다.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즈>의 축제는 그가 사랑하는 인간의 순수한 열망이 그대로 발현되는 공간이었다. 일의 경중을 떠나 야구치 시노부는 무언가에 빠진 사람을 선호했고, 그들의 노력에서 빛나는 결실을 빚어냈다. <해피 플라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륙한 비행기가 멋진 착륙을 하기까지 다양한 일들을 보여준다. 조종실 안의 상황과 승무원들의 공간,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기 전과 이후의 변화 등 사실감있는 묘사가 계속 이어진다. 이야기는 탄탄하게 짜여졌고 중간중간 터져나오는 웃음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균형감있는 비행기 실내극을 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 모두의 승리를 보여준다. 좌충우돌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물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기뻐하는 순간을 아름답게 비춘다. 고교생들이 힘을 모아 학창 시절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했던 것처럼 비행기의 인물들은 서로의 힘과 열정을 날줄과 씨줄로 엮어 멋진 비행을 완성해낸다. 재미없는 직장이거나 따분한 교통수단이기도 한 비행기에서 축제 못지않은 삶의 희열을 연출해낸 야구치 시노부의 재치가 돋보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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