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전용관인 선셋5 극장에서는 1922년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전설적인 예술가인 살바도르 달리, 루이스 브뉘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카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룬 <리틀 애시스>(Little Ashes)가 상영 중이다. 평일 저녁이라 오가는 사람이 한적한 극장 앞에서 타이 출신으로 사진을 공부하는 위시 타라사라칸을 붙잡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이 영화를 보러 오게 되었는가. =요즘 볼 영화가 딱히 없더라.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말고 뭔가 다른 영화를 보고 싶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영화관에 나를 포함해 딱 세 사람 있었지만.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나. =전에 <아임 낫 데어>가 너무 보고 싶어서 별로 내켜하지 않는 친구에게 표까지 사주면서 데려왔더니 상영 내내 자더라. 그 뒤로는 보고 싶은 영화는 혼자서 자주 보러 온다. 영화를 함께 보다보면 장면마다 ‘어 저건 뭐야’, ‘말도 안돼’ 등등의 자기 감상을 영화 내내 중얼거리거나 영화 도중에 끊임없이 귀에 대고 ‘저건 뭐야’, ‘저건 왜 그러는 거야’ 등의 질문을 하는 친구들 때문에 제대로 영화를 볼 수 없어서 불만일 때가 있었다. 혼자 보면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막상 이런 영화를 함께 조용히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주위에 없다. 외로운 건가.
-영화는 어땠나. =좋았다. 이런 유의 영화를 좋아한다. 남들은 지루하다고 하는데 나는 의자에 기대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듯이 휴식처럼 볼 수 있는 영화가 좋다. 약간은 느린 호흡의 영화들 말이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같은 영화 말고. (웃음) =그렇다고 블록버스터영화들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 영화들도 보러 간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라. <터미네이터2> <터미네이터3> 그리고 이번 4편까지, 혹은 <스파이더 맨> <스파이더 맨2> <스파이더맨 3> 늘 똑같은 이야기가 해마다 계속 나오지 않나. 어릴 때부터 본 영화를 매년 옷만 갈아 입혀서 또 보게 되는 셈이다. 이제 좀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싶을 뿐이다. <리틀 애시스>처럼 실제 누군가의 이야기, 다른 이야기를 접해보고 싶었다.
-어떤 다른 영화를 좋아하나. =<인투 더 와일드>가 좋았고, <밀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도 재미있게 봤다. 보고 나서 여전히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생각할 여지를 주어서 좋았다. <더 리더…>를 보면서 왜 한나(케이트 윈슬럿)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자존심 때문에 자유를 포기하다니. 나에게는 자유가 제일 중요한데….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스스로를 몰아넣는 그녀의 선택에 대해 영화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 영화는 무엇을 생각하게 했나. =지금은 다음주가 학기말이어서 과제준비를 해야 한다라는 생각만 가득하다. (웃음) 주인공들의 삶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랑 다 연관이 있어서 내 진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와의 짧은 인터뷰가 끝난 뒤, 미터기에 세워둔 자동차 창문 위에는 40달러짜리 파킹 티켓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대부분’의 미터기는 오후 6시 이후에는 공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