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국 독립영화다. 아시아 독립영화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따끈따끈한 동시대 일본 다큐멘터리를 소개했던 인디스페이스가 올해는 ‘독립영화’라는 키워드로 중국의 현재를 조망한다. 한국에선 다소 낯선 이름이나 “최근 몇년간 중국 독립영화의 성취를 대표하는 감독들”인 장밍, 추이즈언, 웨이아팅의 영화를 비롯해 총 27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중국 독립영화 작가전’, ‘중국 독립영화의 경향’, ‘중국 독립영화 집단’ 등 세 섹션을 통해 광활한 중국 대륙의 맨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댄 흥미로운 중국 독립영화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제는 6월18일부터 7월1일까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퀴어시네마 선구자 추이즈언의 3편도
맨 먼저 눈길이 가는 건 ‘작가전’에 초대된 장밍, 추이즈언, 웨이아팅의 작품들이다. 장편 데뷔작 <무산의 비구름>으로 제1회 부산국제영화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았던 장밍 감독은 신작 <신부>를 비롯해 <개 같은 사랑> <임신> <무산의 봄> 등 네편의 영화를 들고 서울에 온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각기 다른 스타일로 찍었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은 무언가를 애타게 찾는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았다. <신부>의 주인공 남자는 살해당한 전 부인을 잊고 새 출발하기 위해 새 신부를 찾고, <개 같은 사랑>에서 개 줄을 목에 맨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인 보보를 찾기 위해 고생이다. <임신>은 누군가를 찾으러 떠난 길에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이며, <무산의 봄>에선 감독이 직접 자신의 고향 무산을 찾아가 댐 건설로 사라지게 될 옛 동네와 새로운 역사를 동시에 찾는다(목도한다).
중국 퀴어시네마의 선구자 추이즈언 감독의 작품 3편도 흥미롭다.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적 있는 <아야야>는 몸을 팔고 싶어 하는 소년들을 내세워 동성애와 매춘에 관한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나간다. 주제를 좀더 확장해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가진 남자>에선 주인공 샤오샤오를 통해 육체적, 정신적 해방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는 공산주의… 이다>에선 교육받을 권리조차 박탈당한 아이들을 따라가며 중국의 교육문제를 꼬집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웨이아팅 감독의 <해바라기 씨> <햇살의 맛> <너와 나>는 낡고 칙칙한 옷을 벗고 해사한 옷으로 갈아입은 중국 독립영화들로, 쉽고 재밌다. 지상과 지하(<햇살의 맛>), 도시와 시골(<너와 나>),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아이(<해바라기 씨>)처럼 대비되는 상황을 설정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의 방식이 눈에 띈다.
‘중국 독립영화의 경향’에서는 다큐멘터리 같은 픽션, 픽션 같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오늘날 중국의 사회문제를 짚어낸 작품들을 다수 만날 수 있다. 위광이 감독의 <살아남은 자의 송가>, 구타오 감독의 <아오루구야>, 두하이빈 감독의 <돌산> 등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잃고 전통을 버려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잉량 감독의 <다른 반쪽>, 펭얀 감독의 <빙아이> 등은 동시대 중국 여성들의 삶을 포착한다. ‘중국 독립영화 집단’ 섹션에서는 중국 독립영화를 발굴, 수집, 홍보하는 데 앞장서온 ‘인디 워크숍’과 ‘판홀필름’ 두 영화 제작소의 추천작들이 소개된다. 젊음 하나밖에 가진 게 없는 청춘들의 비극적 이야기인 겐준 감독의 <청년>, 13살 소녀 핀핀과 X, Y의 버드 아일랜드행 여정을 다룬 우밍샤오 감독의 <버드 아일랜드>, 시골 마을 소년들의 폭행 계획 미수 사건에 관한 이야기인 양이슈 감독의 <하오란은 누구인가> 등이 상영된다. 자세한 영화제 일정은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indiespace.kr)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