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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의 영화 판.판.판] 극장가에 봄날은 오는가
문석 2009-05-04

“이제 보릿고개가 끝난 것 같습니다.” CGV 이상규 홍보팀장의 말 속에는 안도의 한숨이 묻어 있었다. 4월 하순을 기점으로 연초부터 극장가를 괴롭혀왔던 흥행 부진 현상이 끝났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4월30일 <박쥐> <인사동 스캔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개봉했고, 23일 개봉한 <7급 공무원>이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극장가에 활기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절,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등으로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고, 중·고등학교의 중간고사까지 끝나는 시점이라 시장 전체의 크기가 이전보다 월등하게 커진 덕분에 극장들의 입가 또한 벌어지고 있다.

사실 올해 상반기 극장가는 티나지 않게 속으로 골병을 앓아왔다. 이상규 팀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밖에 하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년 사이 증가한 스크린 수를 고려하면 실질 수익은 크게 떨어졌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극장가는 올 초반 흥행이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으로 한국영화의 부진을 꼽는다. 지난해의 경우 400만명을 동원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550만명을 동원한 <추격자>가 있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개봉한 <과속스캔들>과 <쌍화점> 외에는 290만명을 끌어들인 <워낭소리> 정도만이 한국영화 흥행작이었다. 이상규 팀장은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떨어지면 전체 스코어가 떨어지는 게 지금까지의 법칙”이었다면서 “아무리 외화가 많아도 결국 극장에 중요한 것은 한국영화 콘텐츠”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영진위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에 상영된 한국영화의 관객 수는 1603만명에 불과해 지난해보다 19.2%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외국영화 관객 수가 지난해보다 24%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한편, 최근 극장가가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 또한 한국영화 덕분이다. 그 신호탄은 <그림자살인>이 쏘아올렸다. 4월2일 개봉한 이 영화는 4월28일까지 180만명을 동원하며 200만명 고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 뒤를 이은 것은 <7급 공무원>이다. 이 작품은 개봉 8일 만인 4월29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로서는 올 들어 가장 호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극장 관계자들은 4월30일 <박쥐>와 <인사동 스캔들>이 가세하면서 한국영화의 흥행세와 이로 인한 극장가의 활기 또한 확실히 돌아오고 있다고 말한다. 극장가는 이들 예매율을 더했을 때 70%에 가까운 이들 ‘한국영화 빅3’가 <엑스맨 탄생: 울버린>과 함께 5월 황금연휴 시즌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본다.

극장가는 연휴 기간 이후에도 열기가 남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건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나 <천사와 악마> 같은 대형 외화 때문이라기보다는 <김씨표류기>나 <마더> 같은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상규 팀장은 “당분간은 시장을 주도할 한국영화들이 버티고 있어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말한다. 최소한 ‘절대 강자’로 손꼽히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 개봉하는 5월21일 이전까지는 한국영화와 극장가의 동반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판에는 이제야 봄이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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