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헬 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은 괴괴한 저택. 시끌벅적한 파티가 한창인데, 귀신들린 소녀 나타샤가 잠옷 차림으로 나타난다. 소녀는 손님들이 보는 앞에 선 채로 소변을 보는데, 강처럼 흐른다. 엑소시즘을 행하러 온 신부는 택시비를 떼먹고, 소녀의 기괴한 모습에 놀라 도망가려 한다. 그리고 1년 뒤. 여대생 신디 캠벨(안나 패리스)과 친구들이 헬 하우스에 나타난다. 대학교수 올드먼(팀 커리)이 귀신들린 소녀가 산다는 이 저택에서 유령의 정체를 밝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학생들을 모아서 온 것이다. 정체가 의심스러운 집사가 등장하고, 귀신이 등장하면서 학생들은 우스꽝스러운 공포에 사로잡힌다.■ Review 전편과 마찬가지로 <무서운 영화2>도 줄거리는 의미가 없다. 온갖 영화의 장면을 가져다 패러디하는 것이 여전히 유일한 목적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장면을 끌어들여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것. 치밀한 구성이 안겨주는 긴장감이나 정치적인 비판 같은 것은 일체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웃다가 죽어도 좋다’가 지고의 선인 셈이다. 전편이 <스크림>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등 10대 난도질 공포영화를 기본으로 <매트릭스> <식스 센스> <블레어윗치> 등을 빌려왔다면 <무서운 영화2>는 ‘귀신들린 집’이라는 심령공포물 <더 헌팅>을 메인으로 끌어가면서 <엑소시스트> <미녀 삼총사> <한니발> <미션 임파서블2> <캣츠 앤 독스> 등의 장면과 나이키 CF까지를 끌고들어왔다.
<무서운 영화>의 웃음은 신랄한 풍자나 위트가 아니라 순발력 있는 말재간과 ‘즐거운 패러디’였고, 그 전략으로 세계적으로 1억6천만달러라는 ‘무서운’ 흥행을 거두었다. 그러나 <무서운 영화2>는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을 상기시킨다. 1편의 컨셉이 반복되고, 패러디도 별로 신선하지 않다. 물론 재미있는 장면도 있다. <엑소시스트> 패러디에서 귀신들린 소녀의 얼굴을 본 신부(제임스 우즈)가 대뜸 “나 안 해!” 하며 도망가려 한다든지, 다리를 못 쓰는 드와이트와 유령의 휠체어 추격전이 벌어지다 결정적인 순간에 오우삼의 트레이드 마크인 하얀 비둘기떼가 날아오르는 장면 등은 눈에 띈다. 문제는 이런 장면들이 쭉 나열되기만 하면서 지루해진다는 것. 게다가 <무서운 영화2>는 노골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시비를 건다. 장애인, 흑인, 여성들을 공개적으로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냥 웃어넘기기엔 어쩐지 불편하다.
위정훈 osc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