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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얼리는 듯한 악마의 푸른 눈동자 <언데드>
안현진(LA 통신원) 2009-03-04

synopsis 땅에 묻힌 태아가 눈을 번쩍 뜨는, 소름끼치는 악몽을 꾼 케이시(오데트 유스트먼)는 그날 돌봐주던 이웃 아이에게 거울로 얼굴을 맞는다. 영문도 모른 채 공격을 당한 케이시에게 아이는 “그는 지금 태어나길 원한다”는 오싹한 말을 남긴다. 그 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깊은 밤에 벽장 안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헛것을 보는가 하면, 한쪽 눈동자 색이 파랗게 변하기 시작한다. 안과 의사로부터 쌍둥이가 아니냐는 소견을 들은 케이시는 진실을 찾아나서고,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쌍둥이 오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할리우드 호러의 최근 경향을 짚어보자. 멀게는 <링>과 <그루지>, 가깝게는 <블러디 발렌타인 3D> <13일의 금요일> 등 아시아 호러와 고전 호러의 리메이크 일색이었다. 이런 차에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의 작가 데이비드 S. 고이어가 각본과 연출을 겸한 <언데드>는 자못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야기는 나치의 오컬트 의식에서 시작된다. 눈동자 색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데 관심을 가진 나치는 실험이 잘못돼 쌍둥이 중 한 아이를 죽게 하는데, 다시 깨어난 아이는 악마에게 몸을 빼앗긴다. 죽은 자를 되살려 태어나려고 했지만 실패한 악마는 이제 케이시의 몸을 출구로 세상에 나가려는 것이다. 아우슈비츠의 생체실험을 저주의 씨앗으로 선택해서인지 영화는 유대교 퇴마의식과 랍비(게리 올드먼)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언데드>의 원제는 <The Unborn>이다. 원제가 태어나지 못한 악마를 의미한다면, 국내용 타이틀은 너무 강해서 죽이기 힘든 속성에서 가져왔다. 영화를 온도로 표현하면 살얼음이 어는 0℃다. 계절적 배경도 겨울이지만 심장을 얼리는 듯한 악마의 푸른 눈동자가 오싹함을 더한다. 분위기 연출에는 음향도 한몫 했다. 그러나 공포감을 고조시키는 긴밀한 연결의 부재는, 감독이 알려진 각본가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아쉬운 점이다. 깜짝 놀라게 하는 몇 장면을 제외하면 영화는 심심하게 흘러간다. 심지어 퇴마의식조차 무난하다. 주인공 몸에 들어간 악마가 괴력을 발휘하는 동안 예쁜 여배우는 눈꺼풀 한쪽 뒤집지 않고 의식을 마친다. 녹색 토사물을 뱉고 지옥의 목소리를 쥐어짜던 고전 속 여주인공들과는 품격부터가 다르다. 결국 엑소시즘은 성공한다. 아니, 성공한 듯 보인다. 외계인의 빙의를 다룬 <애스트로넛>을 본 관객이라면 뒤통수를 치려는 결말에서 데자뷰를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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