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입양 충동 지수 ★★★★★ 마지막 챕터에서 오열 지수 ★★★★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는 버려진 고양이었다. 1988년 1월 오하이오주 소도시 스펜서 도서관의 반납함 속에 버려진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도서관 사서 비키 마이런에게 구조됐다. 남편과 헤어진 뒤 반항적인 딸과 살던 비키와 도서관 운영진은 고양이를 동물보호센터에 보내는 대신 말도 안되는 결정을 내린다. 고양이를 도서관에서 입양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십진분류법을 창조한(그러니까 문헌정보학의 뉴턴쯤 되는) 멜빌 듀이와 ‘책 좀 더 읽어요!’라는 의미의 리드모어북스(Readmorebooks)를 합친 ‘듀이 리드모어북스’라는 이름을 고양이에게 지어줬다. 고양이는 이후 19년 동안 스펜스 도서관에서 살다가 2006년 12월 위종양으로 생애를 마쳤다. 듀이가 사망하자 <USA 투데이>와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250여개 언론이 추모기사를 냈고 지금도 스펜서 도서관 홈페이지(spencerlibrary.com/deweybio.htm)에는 듀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듀이: 세계를 감동시킨 고양이 이야기>(이하 <듀이>)는 듀이를 가장 가까이서 보살폈던 도서관 사서 비키 마이런이 쓴 논픽션이다. 그녀는 듀이를 발견한 날부터 듀이가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꼼꼼히 기록한 뒤 책으로 펴냈다. 비키 마이런이 또 다른 유명한 고양이 논픽션 <노튼 삼부작>을 쓴 할리우드 작가 피터 게더스처럼 능숙한 작가는 아니다. 어조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비꼬고 싶을 만큼) 종종 감상적이고 챕터들은 가끔 늘어진다.
하지만 <듀이>는 고양이의 수북한 털처럼 따뜻하고 정겨우며 종종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그건 듀이가 공공장소에서 살아가며 인간과 소통할 줄 아는 특별한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미국의 소도시들은 경제공황으로 조금씩 무너져갔고 사람들은 직업을 잃어버린 채 도서관에서 직업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그들의 교차로에 갑자기 찾아온 고양이 한 마리는 사람들의 피폐해진 마음을 쓰다듬었다. 또한 비키 마이런은 알코올중독자 남편과 헤어지고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해야 했던 자신의 개인사 역시 듀이, 스펜서 마을의 이야기에 녹여낸다. <듀이>는 어느 특별한 고양이에 대한 기억일 뿐만 아니라 소박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찬가이기도 하다.
<말리와 나>처럼 <듀이>도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비키 마이런 역은 메릴 스트립이 맡는다. 할리우드식의 극적인 각색을 거치겠지만 <구구는 고양이다> 이래로 가장 눈물 쏟는 고양이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은 틀림없다. 참, 듀이 리드모어북스의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유튜브를 검색해보시길. 도서관 서가를 건너뛰고 사람들의 품에 안겨서 골골대다가 카펫에 널브러진 채 놀고 있는 듀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녀석. 정말로 행복한 고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