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히스 레저에게 남우조연상을 안긴 <다크 나이트>
스타는 잊어라! 지난 1월11일 미국 LA 베버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작정이나 한 듯 예상치 못한 결과를 한꺼번에 쏟아냈습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잊혀진 대니 보일을 불러내더니, 그동안 시상식과는 인연이 없었던 배우 케이트 윈슬럿에게 여우주연상(<레볼루셔너리 로드>)을 안겨주더군요. 이번이 그녀에겐 벌써 6번째 도전이었죠. 앞서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이번에도 상복이 없군’ 하고 체념했던 그녀가 유력 후보로 지목된 안젤리나 졸리의 담담한 표정이 잡히는 가운데 주연상을 거머쥐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미키 루크의 남우주연상(<레슬러>) 역시 휴먼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광경이었죠. 알코올중독과 성형 구설수에 오른 루크 자신의 재기는 퇴물 취급을 받는 왕년의 레슬러를 그린 영화의 감동과 겹치면서 환호를 자아냈습니다. 게다가 첫 수상이 마지막 수상이 된 고 히스 레저(<다크 나이트>)의 남우조연상 수상 역시 이번 시상식의 빼놓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영화부문 수상이 역사를 만드는 동안 막상 드라마 부문의 수상자는 예상 가능한 답안을 내놓은 편입니다. TV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NBC>의 <30락>은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티나 페이), 남우주연상 (알렉 볼드윈)을 수상했으며, TV 미니시리즈 부문에서는 <HBO>의 <존 애덤스>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로라 린니), 남우조연상(폴 지아매티)을 비롯해 남녀 조연상까지 6개 부문 수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이 두 작품은 지난해 9월 열린 에미상의 수상결과의 확인사살쯤으로 해두죠.
그런데 이 화려한 북적거림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나 <다크 나이트>가 작품상, 감독상에 물먹고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같은 스타급 수상자는 몽땅 빠졌군요. 역시 보수적인 아카데미와 노선을 달리하는 파격적인 골든글로브답습니다. 뭐, 그도 아니면 요즘 시상식 시청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다 작가조합 파업으로 지난해 시상식이 결행된 부담 때문에 부러 주최쪽이 뻔한 결과보다는 이야깃거리를 생산해낸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노력과 별개로, 미국 내 시청률은 64회보다 26포인트나 줄어든 4.8%에 불과했다는군요. 어쨌든 남은 건 한달 뒤 열릴 아카데미의 결과입니다. 미국 영화산업 관계자의 자존심에 비춰볼 때 아카데미까지 영국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영광에 두손을 들어주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