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의 기원이었다. 그리고 그래픽 노블 <배트맨 이어 원>은 바로 그 <배트맨 비긴즈>의 기원이다. 1986년부터 1년간 DC코믹스가 연재한 <배트맨> 시리즈 4편을 묶어 만든 <배트맨 이어 원>은, <씬 시티> <300>을 그린 프랭크 밀러가 스토리 작가로 참여했고, <데어데블> 시리즈를 그린 데이비드 마주켈리의 펜촉으로 완성됐다.
책을 펼치면 독자는 고담시의 3대 전설과 마주하게 된다. 첫째는 배트맨의 기원, 둘째는 캣우먼의 탄생, 마지막이 제임스 고든의 피묻은 생존기다. 청렴한 경찰 제임스 고든은 브루스 웨인이 12년 만에 죄악의 도시에 돌아온 그날, 고담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고든은 배트맨과 함께 고담의 생존방식인 ‘약육강식’에 맞춰 진화하고 발전한다. 영화에서 덜 다뤄진 캐릭터여서일까. 흥미를 끄는 이야기는 배트맨보다는 고든쪽이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IGN은 <배트맨 이어 원>을 ‘위대한 배트맨 그래픽 노블 25’의 1위에 세웠다. “배트맨과 고든의 모습에서 이토록 완벽한 리얼리즘과 휴머니티를 포착한 작품은 전무후무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히며, “가장 위대한 코믹스 중에서도 걸작”이라고 추어올렸다. 그래픽 노블의 걸작이라 불리는 앨런 무어의 <왓치맨>과 같은 해에 출판된 사실도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