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꿈꾸는 카메라>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돼 ‘특별언급’되면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한 백승빈의 <장례식의 멤버>, 역시 올해 부산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으로 관객과 만난 고태정의 <그녀들의 방>, 그리고 이숙경의 <어떤 개인 날> 등 영화아카데미 출신 신인감독 세 사람의 제작분투기를 담고 있다. 서문에서 밝히듯 ‘세계영화학교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동시다발 장편영화 제작실험의 기록’이다.
영화마다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스틸 전시는 물론 제작을 둘러싼 감독 개인의 사적인 얘기와 회차마다의 구체적인 기록, 그리고 조감독 등 스탭들의 멘트와 맨 마지막에는 배우 출연료와 재료비 등 영화제작 전반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생애 첫 장편영화 현장에서 건져낸 치밀한 제작 노하우는 장편을 준비하는 수많은 감독 지망생들에게 생생한 매뉴얼이 될 것 같다. 촬영현장에서 배우들과의 밀고 당기기나 HD카메라에 관한 사용기, 필름 사용량이나 로케이션 촬영시의 구체적인 경험담까지 그 매뉴얼은 지나치게 꼼꼼하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오롯이 감독의 몫이다. “티끌만한 실수에 불과한 것들 때문에 삐치기나 하고, 혼자서 콘티 작업을 해오는 독재자가 되어 스탭과 배우들을 현장의 인질로 삼거나, 까칠한 농담이나 흘리며 현장을 싸늘하게 만든 연출자여서 정말 미안하다”는 백승빈 감독의 얘기가 인상적이다. 그렇게 영화 한편이 저절로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