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만, 가질 수 없는...
언주는 고시원의 밤이 끔찍하다. 주말총무를 맡아 보며 공짜로 살고는 있지만, 볕도 안 드는 쪽방에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소음은 그녀의 웰빙 욕구를 끝없이 자극한다. 고향 친구 은성의 구애도 물정 모르는 소리일 뿐이다. 철들면서부터 모아온 적금을 털면 이제 겨우 제 방을 마련할 참이라,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평일에는 매일 수십 개의 초인종을 누르며 실적을 관리해야 한다. 오늘도 큼직한 학습지 가방을 메고 문전박대만 당하던 그녀는, 어느 골목 끄트머리에서 대문 열린 빈 집을 발견한다.부동산 개발회사 이사인 석희는 오늘도 현관이며 대문까지 열어둔 채 출근한다. 언젠가 빈 집에 쓰러졌던 그녀를 구한 건, 배가 고파 담을 넘었던 부랑자였다. 그때부터 그녀는 그런 부랑자나마 발길을 끊지 않도록 매일 한 사람 분의 식탁을 차려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에겐 낯선 자들의 틈입보다 자신의 죽음이 방치될 것이라는 불안이 더 무섭다. 매일 진통제에 의존해 견디는 나날. 집과 남은 재산의 기증에서부터 자신이 입게 될 수의의 빛깔까지 그녀는 그렇게 갑자기 닥쳐올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귀가한 석희는 딸아이 방에서 곤히 잠든 언주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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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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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 공식초청more
[ Director’s Statement]
달성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우리는 끝없이 초조하다. 그러니 흰소리 몇 마디로 나를 가장하고 입에 발린 말들로 온갖 도리를 대신한다 해도, 그 웃는 낯 뒤로 거대한 무표정이 드리운다 해도 그저 수긍할 따름이다. 사소한 호의마저 경계되는 시절이니 헤아리고 돌아보는 미련한 짓은 할 여유도 없다. 허나 주저앉은 내게 악수를 청해오는 온기 어린 손길 하나가 사무치게 고픈 어느 날, 우리는 비로소 인정한다. 내 곁에 아무도 없노라고. 어쩌면 우리는, 간절하게 내밀어 볼 손을, 간신히 허공을 헤매는 창백한 손을 잡아줄 다른 한 손을, 어디선가 흘렸는지도 모른다. 위로하고 위로 받는 법을 자꾸만 잊어 가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포옹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팔짱을 풀고 서로 등 두드리는 그 찰나의 풍경이다. 위로가 덤인지 아니면 밥과 같은 것인지, 얼마나 힘이 센지 나는 알지 못한다. 허나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우리들이 그 이상 대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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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고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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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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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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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김선민
고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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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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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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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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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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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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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홈
http://www.kafafilms.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