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65번째는 최영도씨가 기증한 고 최영달씨의 수집품 중 <고개를 넘으면>(1959) 전단지입니다.
<고개를 넘으면>은 다양한 영화가 활발히 만들어지던 1950년대 후반의 풍경에서 뺄 수 없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최루성 짙은 통속드라마다. 최은희와 김지미가 투톱으로 연기대결을 펼치고 데뷔 1년차 신인 남궁원의 풋풋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대학생 설희(김지미)가 임종 직전의 할머니로부터 어머니(최은희)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고통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설희의 애인이 바로 자신의 친오빠였고 자신의 친아버지(김동원)는 바로 어머니의 옛 연인이었다. 우연이 극 전체를 끌어가면서 설희는 ‘아버지가 저지른 죄이기 때문에 눈물을 거두고’ 핏줄을 둘러싼 운명의 화살을 받는다. 박화성의 <한국일보> 연재소설을 영화화해 화제가 되었고 김동원의 노신사 연기와 석금성의 매몰찬 연기도 흥미롭다. 당시 언론의 반응은 원작의 힘이 크나 전반적으로 그에 못 미친다고 평하고 있다.
이용민 감독은 ‘카메라맨의 제일인자이며 문교부 장관 최우수기술상을 탄 귀재’라는 전단지의 문구처럼 촬영감독 출신 감독이다. 1946년 다큐멘터리 <제주도 풍토기>로 감독으로 데뷔해 초기에는 <서울의 휴일>(1956), <산유화>(1957) 같은 현대물을 연출했고 <시집가는 날>(1956)을 리메이크한 코미디 <맹진사댁 경사>(1962)로 인기 감독 대열에 올랐다. 1960년대에는 <살인마>(1965), <목 없는 미녀>(1966) 등의 공포영화를 연출해 토속적 소재를 잘 이용하는 대표적인 공포영화 감독으로 꼽힌다. <고개를 넘으면> 전단지에는 최은희, 김지미의 연기 대결을 최고의 볼거리로 소개하고 있는데 ‘한국의 리즈 테일러’라는 별명을 얻으며 최은희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던 ‘현대적인 미인’ 신인배우 김지미와 전통적인 한국의 여인상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최은희가 모녀관계로 출연한 것이 재미있다. 김지미는 1인2역으로 설희의 친어머니 역으로도 출연한다. 전단지는 올해의 국산영화 중 ‘감동적 홈드라마의 결정판’이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자세한 해설과 읽을거리를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