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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이 만든 ‘쉬어가는 작품’ <영웅본색2>
주성철 2008-11-19

<영웅본색>으로부터 총격전 업그레이드 지수 ★★★★ 장국영 죽음 오열 지수 ★★★★★ 오맹달 악역 연기 지수 ★★★☆

다시 보며 새삼 깨달은 것이지만, 사실 <영웅본색>(1986)은 액션신 비중이 크지 않았고 이전까지 주로 코미디영화를 만들었던 오우삼의 유머 감각이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이었다. 그만큼 스승 장철 감독의 남성적 로망과 우상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세련된 누아르적 감성을 한데 녹이려 했던 오우삼은 <영웅본색>을 넘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웅본색>의 놀라운 성공에 힘입어 서극의 제의로 우여곡절 끝에 속편 제작을 승낙한다.

<영웅본색2>는 다소 황당하게도 1편에서 죽은 주윤발의 쌍둥이 형제를 등장시킨다. 미국에 사는 한 중식당의 주방장으로 설정된 그는 여전히 신의를 중시하는 오우삼의 영웅상이다. 경찰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송자호(적룡)에게 석방 조건으로 위조지폐 용의자인 용사(석천)의 뒷조사를 부탁한다. 동생 송자걸(장국영)이 이 일에 개입되어 수사하고 있음을 알게 된 송자호는 동생을 위해 조건을 받아들이고 가석방된다. 용사는 합법적인 사업을 하나 또 다른 위조지폐 범죄단이 그의 사업을 노린다. 결국 음모에 당한 용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마크(주윤발)의 숨겨진 쌍둥이 동생 켄(주윤발)을 만난다. 이후 용사의 결백을 알게 된 송자호와 켄은 함께 힘을 합쳐 적들의 요새를 습격한다.

무엇보다 <영웅본색2>의 화력은 전편의 몇배나 됐다. 재빨리 시나리오를 써낸 오우삼과 서극은 좀더 공상적이고 환상적인 총격신 연출을 위해 정소동 무술감독을 불러들였다. 마틴 스코시즈의 <택시 드라이버>(1976)로부터 온 것임이 분명한 여관 복도 총격신을 비롯해 총격전을 유희처럼 즐기는 클라이맥스의 맨션 습격신에 이르면 그 화력과 인명 살상의 정도는 전편의 몇배에 달하게 된다. 홍콩 영화평론가 로 카는 “오우삼이 2편에 이르러 더욱 정교하고 공상적으로 됐다”고 말했다. 웨스턴 장르의 일대일 대결, 그리고 바바리코트를 차려 입은 남자들의 고속촬영 등 오우삼이 <첩혈쌍웅>(1989)에 이르러서야 완성하게 되는 세계에 한발 더 다가선 모습을 보여준다. <영웅본색2>는 오우삼이 만든 ‘쉬어가는 작품’임에 틀림없으나 그 액션 설계의 비전에서는 가장 자유롭고 유희적이며 탐미적이다.

tip/ 총격전 속에서 영화의 정서를 관통하는 것은 역시 장국영이 죽을 때 흘러나오는 주제가 <분향미래일자>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주윤발의 품에 안긴 채 장국영은 딸의 출산 소식을 들으며 숨진다. 그 정서가 지금의 관객과 어떻게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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