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9일부터 12일간 인디스토리의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오! 인디풀영화제’가 열린다. 인디스토리는 한국 독립영화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쳐온 독립영화 제작·배급사. 그래서 이번 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전 역사를 되돌아보는 의미도 있다. 각 섹션이 독립영화의 발전을 의미하는 ‘보다 깊이, 보다 멀리, 보다 자유롭게’로 꾸며진 것도 같은 이유다. 각 섹션은 90년대 후반부터 2008년 현재까지 한국 독립영화의 산실을 확인할 독립영화들로 꾸며졌다.
이번 행사의 상영작은 국내외의 장편과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감독·평론가·기자 등 전문가들이 선택한 40편의 작품이 상영되고, 이후에 온라인 참여를 통해 섹션마다 한편씩 네티즌이 선정한 장편과 단편이 직접 상영된다. 현재 예정된 총 상영작 수는 46편.
장소는 인디스토리 주최로 인디스페이스(11월9~20일), 서울아트시네마(11월11~16일), 시네마 상상마당(11월13~19일), 미로스페이스(11월13~14일) 등 곳곳에서 열린다. 20일 이후부터는 지방 아트플러스 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존 카사베츠 영화제’도 주목할 만
장편과 단편은 각각 ‘보다 깊이’, ‘보다 멀리’, ‘보다 자유롭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깊이있는 고민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선정한 ‘보다 깊이’ 섹션에서 <송환> <은하해방전선>은 눈에 띄는 장편이다. 전자는 비전향 장기수를 내세운 문제적 시선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후자는 밝은 분위기의 독립 장편으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연장 상영됐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들을 밀착 촬영한 다큐멘터리나 토드 헤인즈를 생각나게 하는 실험적 내러티브의 코미디는 영화를 계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의 진중한 고민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보다 멀리’ 섹션에서 주목할 장편은 원조교제를 하다가 사이보그가 된 여고생을 통해 성윤리를 담아낸 SF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와 세명의 감독이 자살이라는 같은 주제로 세편의 영화를 담아낸 <판타스틱 자살소동>이다. 이외에도 네티즌이 선택하는 작품으로 꾸며질 ‘보다 자유롭게’ 섹션과 인디스토리가 제작을 담당한 ‘장편 제작’ 섹션, 인디스토리가 수입한 ‘장편 수입’섹션도 마련되어 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감독들의 참신한 단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꾸준한 단편영화 제작으로 독립영화계에선 널리 알려진 유상곤 감독의 <체온>과, 영화 <세븐데이즈>로 충무로에 발을 디딘 원신연 감독의 <자장가>다.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 진득한 퀴어 로맨스로 눈길을 끄는 이송희일 감독의 <굿 로맨스> <슈가 힐>은 그들의 옛 행적을 확인케 해준다. <무림일검의 사생활> 등의 독립애니메이션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인 장형윤 감독의 2003년 단편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와 같은 해에 <S 다이어리>(2004)의 권종관 감독이 만든 <이발소 異씨>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들을 포함한 ‘보다 멀리’ 섹션에서의 단편 17편과 ‘보다 깊이’ 섹션에서의 단편 11편을 합해 28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모성애와 포르노를 결합한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레즈비언영화 <진영이> 등 도발적인 문제작부터 은유적인 사건을 통해 삶을 관찰한 <지우개 따먹기> <기차를 세워주세요> 등 가지각색이다.
같은 기간 동안 열리는 행사에도 주목하자. 미국 독립영화계의 행사인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어워드’ 중 ‘존 카사베츠 어워드’ 부문의 상영작을 모아놓은 ‘존 카사베츠 영화제’가 동일한 날짜에 열린다. <어거스트 이브닝> <네눈박이 괴물들> <열두살의 기억들> <컨벤셔니어즈> 등 총 6편의 상영작에서 한국 독립영화와는 또 다른 미국 독립영화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인디스토리의 창립일인 11월11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오후 7시에 열리는 ‘인디스토리 Night’는 영화제 중에 개최되는 창립 기념 축하 파티. 11월20일 오후 4시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논하는 포럼이 있을 예정이다. 문의는 전화(02-722-6052) 또는 블로그(blog.naver.com/indieful)를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