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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최진실] 귀여움 하나로 한 시대를 사로잡다니 -박중훈
2008-10-21

배우 박중훈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마누라 죽이기>(1994)

내가 최진실을 처음 본 기억은 <남부군> 때다. 고(故) 배병수 매니저가 영화 행사에 최진실을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시켰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받은 솔직한 인상은, 체격도 왜소하고 당시 여배우가 가질 수 있는 전형적인 매력을 가진 인물은 아니란 거였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란 카피로 유명했던 전자제품 광고도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준비할 때 제작사에서 최진실을 언급하기에 난 오히려 반대를 했다. 한 영화의 주연을 맡기엔 너무 가냘프고 귀엽기만 할 뿐 존재감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할 때쯤엔 나보다 인기가 더 좋았다. (웃음)

여배우가 타고난 귀여움만으로 한 시대에 어필했다는 것은 그전까지 우리나라에선 없었던 일이다. 아름다움이라든가 연기력이라든가 엄청난 카리스마로 어필한 경우는 많았지만 귀엽다는 매력 하나로 한 시대를 가져갔다는 건 적어도 우리나라 여배우사에선 획기적인 일이 아니었나 싶다. 현재까지도 후무하다고 생각한다. 제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인물이 문근영이 아닌가 싶은데 그것도 최진실 데뷔 때와 비교하면 미완의 스타일이지 않나 싶다. 코에서부터 입 주위 움직임이 어쩜 그렇게 귀엽고 자연스러울까. 배우의 유형으로 말하자면 최진실은 자신이 어떤 인물 속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캐릭터를 매번 창조한 쪽보다는 본인의 매력이 워낙 강해서 그것으로 배우 생활을 하고 인정받았던 것 같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함께 작업하면서 두 가지 모습을 분명하게 느꼈다. 하나는 굉장히 상냥하고 귀엽고 맑고 소녀 같은 순수함과 연약함을 가졌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론 굉장히 강인하고 집념이 세고, 깡순이란 별명이 딱 맞을 정도의 악바리 근성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양립하기 힘든 가치가 한 사람에게 모두 있는 특수한 경우였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스러움이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계기로 오빠-동생 사이로 5∼6년 동안 정말 가깝게 지냈는데, 내가 기억하는 그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 뒷생각을 잘 못하는 편이었고, 있는 그대로 사람을 대하는 쪽이었다. 그런 자연스러운 인간성이 연기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겠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도 그랬지만 그 당시 여러 영화들과 <질투> <그대 그리고 나>, 그리고 최근의 드라마들까지 최진실이 사랑받은 작품을 보면 그는 은막 속의 인물이라든지 무지개 저편 너머의 인물이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생활인이었다. 그게 바로 본인이 갖고 있는 성격적 자연스러움에 캐릭터가 연결되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가 하는 일이란 게 주로 감정 노동이다.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그런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물리적으로 극소수란 것이다. 그나마 적은 그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어려움과 고민을 교류하기 이전에 경쟁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일의 어려움과 괴로움을 서로 술회하고 나눠 그 무게를 가볍게 할 만한 상대가 적다는 거지. 배우에겐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상적인 생각으로야 ‘내 자신이 제일 중요하지, 남이 중요해?’라고 하지. 그렇지만 사실은 다르다. 감독과 비교하면 감독은 자신이 만든 자신의 생각의 결과물을 남들이 어떻게 볼까 염두에 두지만 배우는 자신의 음성과 몸짓으로 표현한 자신의 육체적 행위를 남들이 어떻게 볼까 생각하는 쪽이므로 대중의 시선에 더 크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단 자기 중심을 놓치고 페이스를 잃으면 무척 힘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나 역시 과거에 자연스럽지 않았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개인적으로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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