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역대 최대 규모인 315편이 상영됐습니다. 거장의 작품도 있고, 듣도 보도 못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부산에 오길 잘했다 싶었을 만큼 놀라운 영화, 무엇이었나요?
<똥파리>가 올해의 발견 같다. 상당히 파워풀하고 감정의 극단까지 치닫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양익준 감독의 작품인데,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해서 그런지, 더 직접적으로 감정이 와닿았던 것 같다. 특히 배우들의 에너지가 정말 많이 분출되는 영화였다. 이게 감독이 전셋방까지 빼서 만든 영화라고 하던데,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감독이랑 스탭들이 단편 DVD를 팔더라고. 술값을 벌겠다고 말이다. (웃음) _ 사실, 다른 영화는 많이 보지 못했다는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좋아해서 <걸어도 걸어도>를 많이 기대했다. 지난해 <하나>에 약간 실망했는데, 그런 우려를 뛰어넘는 작품이더라. 오즈 야스지로나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들에 나타난 모습들도 보이고. 가족영화를 저렇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은 구석이 있었다. 매우 평온하고 따뜻한데다, 유머러스한 분위기인데 사람들이 가진 섬뜩한 지점들을 제대로 드러낸다. 특히 어머니가 뜨개질을 하다가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은 정말 서늘했다. _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사인도 받았다는 영화평론가 이동진
<날고 싶은 눈 먼 돼지>를 놀랍게 봤다. 유쾌하면서도 차갑고, 동시에 애절하다. 놀라울 만큼 창의적인 영화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특별히 기대하질 않았다. 최근 인도네시아영화가 크게 주목받은 게 없기도 했고. 하지만 아시아인의 불안정하고 뿌리뽑힌 삶을 이만큼 예리하게 그려내는 영화를 최근에는 보지 못한 것 같다. _ <날고 싶은 눈 먼 돼지>를 연출한 에드윈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물건이라는 영화평론가 허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