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는 다른 영화제에선 찾아보기 힘든 낭만이 있다. 복작대는 남포동 거리,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자갈치 시장, 고운 백사장과 유려한 해안선을 끼고 있는 해운대 바다. 그곳에서 낭만은 탄생한다. 새벽 기차를 타고 달려가 해운대 기차역에 짐을 부리며 부산 입성을 자축하는 것도 좋고, (비록 몰골은 말이 아닐지라도) 하루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꼬박 영화를 위해 투자하는 것도 좋고, 비릿한 바다 냄새 맡으며 회 한 접시 먹는 것도 좋겠다. 그곳이 부산이라면 부산국제영화제라면 추억이 되지 못할 일은 없다. 올해도 낭만이라는 별을 따러 부산으로 떠나보자. 10월10일까지 열리는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체 개요는 물론 미리 알고 가면 좋을 영화제의 주요 행사들과 정보를 모았다.
1. 전체 개요
6개 극장 37개관에서 60개국 315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올해, 월드 프리미어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수도 역대 최다인 133편(85편, 48편)이다. 아시아 프리미어도 94편이나 돼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신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올해는 또 개막작인 카자흐스탄영화 <스탈린의 선물>을 비롯해 아시아 중에서도 변방으로 여겨져온 나라들의 영화를 대거 만날 수 있으며, ‘타비아니 형제 회고전’, ‘루마니아 뉴웨이브’, ‘아시아의 슈퍼히어로’, ‘아시아 감독들의 뮤직비디오’, ‘한형모 회고전: 통속/장르의 연금술사’ 등 다양한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영화 상영은 크게 해운대와 남포동으로 나뉘어 진행된다(해운대-야외상영장, 메가박스, 프리머스 시네마, 롯데시네마 남포동-부산극장, 대영시네마). 해운대에서는 올해 처음 섹션별 전용관 제도가 운영된다. 해운대 메가박스에서는 아시아영화 위주로 상영시간표가 짜이고, 프리머스에서는 한국영화, 롯데시네마에서는 월드 시네마 위주로 영화가 상영된다. 하나의 극장을 선택해서 섹션 하나를 정복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2. 티켓 예매
좀비가 되어 해운대와 남포동 거리를 헤매지 않으려면 영화표 예매는 필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는 현장 판매 티켓이 전체 티켓의 30%나 배정돼 현장에서 표 구하기가 예전보다 쉬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또 직접 매표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휴대폰으로 예매가 가능하도록 한 ‘모바일 PIFF’ 서비스가 도입됐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좌석 현황 조회는 물론 영화제 관련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인터넷과 부산은행 전 지점, GS25 편의점에서 예매와 발권이 가능하다. 개·폐막작은 인터넷으로만 예매가 가능하며, 9월22일 오후 6시부터 예매가 시작된다. 일반 예매는 9월24일 오전 9시30분부터 폐막일 전인 10월9일 자정까지 실시된다. 예외적으로 50살 이상(1958년 1월1일 이전) 관객은 개·폐막작 표를 인터넷 예매가 아닌 지정 예매처 현장 방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장소는 롯데시네마 부산점(서면)과 동래점이며 9월22일 오후 6시부터 매진될 때까지 표를 구입할 수 있다. 신분증을 지참해 본인확인을 받아야 하며, 선착순으로 1인당 2장씩 총 4장까지 구매할 수 있다.
3. 주요 행사
영화제에서 빠질 수 없는 행사 중 하나인 핸드 프린팅. 올해는 세명의 주인공이 손도장을 찍을 예정이다. 이탈리아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영화제 기간 중 ‘타비아니 형제 회고전’으로도 만나게 될 타비아니 형제 감독 중 동생인 파올로 타비아니, 올해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이자 프랑스 배우인 안나 카리나, <영웅본색> <황비홍> 등 홍콩 액션활극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서극 감독이 핸드 프린팅에 참여한다. 이들은 또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자신들의 영화인생과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낼 예정이다.
영화인, 문화인과 함께 영화도 보고 대화도 나누는 특별한 시간 ‘시네마 투게더’도 준비되어 있다. 올해는 <말아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정윤철 감독,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삼거리 극장>의 전계수 감독,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 등 젊은 감독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문화인쪽에선 <홀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등을 쓴 솜씨 좋은 이야기꾼 성석제, <새의 선물>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등 감각적인 문체로 인간본성을 예리하게 그리는 은희경, ‘도날드 닭’이라는 캐릭터로 만화계에 새로운 붐을 일으킨 만화가 이우일 그리고 놀라운 입담의 소유자이자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함께한다. ‘시네마 투게더’에 참가하고 싶은 이들은 9월16일부터 20일까지 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각종 세미나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독립영화 부가 창구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전략을 논의하는 ‘멀티 플랫폼 시대의 독립영화’, 아시아 각국의 대표적인 슈퍼히어로 영화를 소개하고 할리우드 장르영화가 아시아에 흡수되는 과정들을 살펴보는 ‘아시아의 슈퍼히어로’, 홍상수의 작품세계와 영화미학을 짚어보는 ‘제2회 아시아영화작가 컨퍼런스’ 등이 영화제 기간 중 열린다.
이 밖에도 관객과 감독 사이에 ‘아주 담담하고 아주 뜨거운 이야기’가 오가는 시간 ‘아주담담’, 배우와 감독 등 영화계 명사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친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픈 토크’ 등도 계획되어 있다. 남포동 피프 광장과 해운대 피프 빌리지에선 수시로 야외 행사가 열릴 예정이니 스타 빈번 출몰 지역을 사수해 스타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는 행운도 가져보자.
4. 숙소, 맛집, 볼거리
해운대와 남포동으로 나뉘어 영화제가 진행되는 만큼 각각의 맛집과 볼거리, 숙소들을 미리 알아두고 가는 것도 좋겠다. 해운대에서 주로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뜨끈한 국물이 속을 풀어주는 ‘원조 할매국밥’과 복매운탕이 일품인 ‘금수복국’에서 식사를 해결해보는 것은 어떨지. 해운대 시장골목에서 파는 다시마 국물 칼국수도 강추메뉴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없다고는 하지만 한곳에서 몇 십년씩 자리를 꿰차고 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행사도 구경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동백섬 일대를 산책하거나, 달맞이 고개를 둘러볼 것을 권한다. 달맞이 고개는 부산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고갯길 꼭대기에 있는 해월정에서 해운대 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호텔과 모텔이 부담스러운 이라면 달맞이 고갯길 입구에 있는 베스타 찜질방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찜질방에서 하루 동안의 피로를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영화제의 인기 심야상영 프로그램인 ‘미드나잇 패션’이 해운대뿐만 아니라 남포동에서도 열려 남포동에서 숙식을 해결하려는 관객이 제법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으로 영화제 원정을 온 관객은 남포동에서 밤새 영화를 보고 인근 부산역에서 바로 귀가할 수 있는 무박 2일 영화제 코스도 가능해졌다. 자갈치를 지척에 두고 있으니 자갈치 시장에서 회를 먹을 수도 있을 테고, 매번 식사 때면 길게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다는 ‘18번 완당집’에서(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완당 한 그릇을 맛봐도 좋을 것이다. 무박이 아닌 숙박 계획을 잡은 관객이라면 부산역 앞 아리랑관광호텔을 숙소 목록에 올려놓자. 영화제쪽과 아리랑관광호텔이 제휴해 남포동 지역을 찾는 관객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