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의 경계를 허물고 꽃을 피워내자. ‘이웃 벗, 꽃피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제6회 서울기독교영화제가 9월29일부터 10월4일까지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 시네마정동, 드림시네마에서 열린다. 장편 13편, 단편 20편, 애니메이션 16편, NGO 특별전 4편 등 총 53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는 1편의 영화를 선정해 제작비 1천만원을 지원하는 ‘사전제작지원’ 심사를 포함해 ‘SCFF 씨네토크’처럼 관객에게 영화 이상의 추억을 선물할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제6회 개막작으로 선정된 크리스토퍼 퀸의 <신이 찾은 아이들>은 영화제가 지향하는 이웃간의 경계 허물기의 의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83년에 일어난 아프리카의 수단내전으로 수단의 많은 사람들이 케냐의 카쿠마 난민촌으로 들어간다. 이때 고아가 되어 난민촌에서 자란 청년들은 유엔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살게 된다. 영화는 이들이 카쿠마 난민촌에서 출발하여 케냐 나이로비, 벨기에 브뤼셀, 뉴욕, 피츠버그까지 이르는 대장정과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본다.
장편 13편이 포진해 있는 ‘장편섹션’ 부문은 무성영화(버스터 키튼의 <이웃> <손님 접대법>)에서부터 거장 에릭 로메르의 최근작 <로맨스>(2007)까지 다양하다. 이중에서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의 <벨라>(2006)는 뉴욕의 한 멕시코 식당 주방장 호세의 상처와 치유를 다룬 영화다. 아넌드 터커의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2007)은 주인공 블레이크 모리슨이 암 말기의 아버지를 돌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아버지에 대한 감정들을 하나씩 정리해가는 이야기다. 자연스러운 플래시백(과거회상) 구조가 인상적이고 진지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따뜻한 작품이다. 그리고 전세계 공용 언어인 축구에 관심있는 관객에게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출한 마이클 앱티드의 <파워 오브 게임>을 권한다. 이 작품은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때 각국의 준비사항과 결과의 모습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다룬 다큐멘터리로, 2010년 월드컵 개최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준비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다.
20편의 작품들이 대상 500만원을 비롯한 4개의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될 ‘단편경쟁섹션’은 이미 한 차례 예심을 통과한 쟁쟁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8월에 열렸던 재외동포영화제에서 단편영화 <치유>를 상영했던 우즈베키스탄 재외동포 박루슬란의 <자유로운 새의 춤>부터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 앞에 뱀이 나타나 지배, 복종, 수치심 등 여러 가지 두려움을 이야기해주는 한병아의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까지 극, 실험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다양한 형식의 스펙트럼이 특징이다. 어린이와 어른 관객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준비된 ‘애니메이션 섹션’은 장편 1편, 단편 15편 등 총 16편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자 지난 5월 국내에서도 개봉한 바 있는 마르잔 사트라피, 뱅상 파로노의 <페르세폴리스>. 씩씩한 마르잔과 따뜻한 그녀의 가족을 통해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이란의 근현대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편 이 영화제만의 특별한 섹션도 있다. 그것은 ‘NGO특별전’으로 4개의 자선단체가 추천한 작품들로 모여 있다. ‘기아대책’에서 추천한 한국영화 <크로싱>, ‘월드비전’에서 추천한 다큐멘터리 <인비저블 칠드런>, ‘컴패션’에서 추천한 <푸어 앤 라이프>, ‘다일공동체’에서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 <쌍굴다리의 기적/당신이 천사입니다>가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제의 폐막작은 정승구의 단편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단편경쟁 수상작이다. 신입PD 영재가 춤추는 개를 취재하러 가서 생기는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지난해 이 영화제의 사전지원작 당선작이자 제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편 관객을 위한 특별 이벤트도 있다. <벨라> <신이 찾은 아이들>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파워 오브 게임> 상영 뒤에 전문가와 셀리브리티가 함께하는 SCFF 씨네토크도 마련되어 있다. 영화의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다면 상영 뒤 상영관을 나가지 않고 참여할 것을 추천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기독교영화제 홈페이지(www.sc-ff.org) 참조(문의 02-743-2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