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소동 부르스 지수 ★★★★ 일본 배우들의 변신 지수 ★★★ 쓴웃음제조기술 지수 ★★☆
매일 마감에 쫓기는 프리랜서 기자 아스카(우치다 유키). 덤벙대긴 하지만 일 욕심이 많은 그녀는 결국 800자 기명 칼럼을 따낸다. 첫 번째 원고를 쓰다 남자친구 텟짱(구도 간쿠로)과 말다툼을 벌인 그녀는 안정을 위해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지만 눈을 뜨고 보니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 갇혀 있다. 이틀 동안이나 의식불명 상태였고, 게다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간호사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아스카. 퇴원을 요구하지만 강제입원당한 터라 이마저도 뜻대로 할 수 없다. 게다가 보호자이자 남자친구인 텟짱은 소식이 두절되고, 아스카는 꼼짝없이 정신병동에서 재활을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위노나 라이더, 안젤리나 졸리의 <처음 만나는 자유>를 기억한다면, <콰이어트룸에서 만나요>는 생소하지 않은 설정이다. 아스카의 처지는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를 입 안에 털어넣었다 급기야 부모의 손에 등 떠밀려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처음 만나는 자유>의 수잔나를 닮았다(유사성은 더 있다. 직접 찾아보시라!). 정상임을 입증하려면 비정상임을 인정하고, 비정상인들과 정상적 관계를 갖는 수밖에 없음을 깨달은 아스카. 치료를 위해 제 발로 병원에 들어왔다는 거식증 환자 미키(아오이 유우)를 통해 아스카는 틈만 나면 라이터로 머리에 불을 붙이려 하거나 5년째 최고급 병실을 차지하고 피아노를 치거나 딸과 싸울 때조차 야쿠자를 동원하는 ‘또라이’ 들을 소개받고 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극중 ‘콰이어트룸’은 일종의 독방이다. 인물들은 자신 혹은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소란을 피우면 손과 발이 묶이는 콰이어트룸으로 직행한다. 아스카 또한 신참 길들이기가 취미인 폭식증 환자 니시노(오타케 시노부) 때문에 결국 히스테리를 부리고 콰이어트룸에 격리된다. 침묵과 단절의 공간에 안치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귀찮고’‘성가신’ 존재였으며, 주위의 가장 가까운 이들이 자신 때문에 불행을 떠안고 살았음을 받아들인다. 과장된 에피소드의 연속 혹은 내레이션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전개를 약점으로 꼬집을 수 있겠지만, 형벌이자 동시에 희열인 콰이어트룸으로의 여정에 집중한다면 뜻밖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블랙코미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의 각본을 썼으며, <인더 풀>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에도 출연한 마쓰오 스즈키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tip/ 정신병원이라는 공간 때문일까. 기존 이미지와 다른 일본 배우들의 이색적인 변신을 확인할 수 있다. 레게 머리를 하고서 싸늘한 웃음을 짓는 아오이 유우를 비롯해 마리화나에 빠져 사는 찌질이 펑크족 코모노 역을 맡은 쓰마부키 사토시, 남 골 지르는 게 장기인 전직 에로배우 오타케 시노부를 놓치지 말 것.